현장 둘러본 시민들 허탈과 분노 표출, 철저한 원인조사 밝혀

내장사 대웅전이 또다시 전소됐다.
단풍이 만개한 2012년 10월 31일, 알 수 없는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던 내장사 대웅전이 34억원(건축분야 국·도비 대체사업 시비 20억, 자부담 5억, 단청 9억(국·도·시·자부담)을 들여 복원한 지 9년만에 승려 수업을 받던 행자의 방화로 불에 타 사찰 관계자와 정읍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관련기사 5면) 
지난 5일(금) 오후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방화로 인한 불이 나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2시간40여분 만에 진화됐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서기 636년)에 당시 도승이었던 영은조사에 의해 ‘영은사’란 이름으로 창건됐고, 대웅전을 비롯해 50여동에 이르는 규모였고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이었다. 하지만 이후 임진왜란 등으로 수차례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는 수난의 역사를 겪었고, 6.25 한국전쟁때 전소되는 비운을 겪었다.
내장사 대웅전은 민족종교인 보천교가 일제의 탄압에 의해 1937년 보천교 본소 건물을 강제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안지역에 이설되었던 보천교의 정문인 ‘보화문’을 해체해 1958년 내장사로 옮겨와 2층만을 복원한 것이다. 

▷내장사 대웅전 방화 피의자인 최씨(53)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으며, 법원은 지난 7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방화 당시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사찰내 눈 치우는 장비에 사용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했던 휘발유를 대웅전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고 경찰조사에서 사찰내 갈등으로 인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7일 오후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모습을 드러낸 최씨(53)는 “왜 불을 질렀느냐”는 질문에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답했다.그러면서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변 산으로 번지면 안 되니까 (신고했다)”라고 했다.
▷이번 화재로 내장사 대웅전 165㎡가 모두 불에 탔으며 17억 8천여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불은 내장사 내 다른 건물로 옮겨 붙지는 않았다.또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인 조선동종, 전라북도 기념물인 내장사지, 천연기념물인 내장산 굴거리나무군락까지 불은 번지지 않았다.
행자 최씨가 경찰 조사에서 “서운한 감정이 있어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데 대해 내장사 측은 “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을 잃게 만든 죄스런 마음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애통함이 크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스님은 “스님들을 상대로 경위를 확인했지만 그럴만한 일이 없었다.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20년 가까이 타 종단에서 승려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장사에는 행자의 신분으로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내장사 대웅전 방화사건에 대해 조계종 24교구 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입장문을 통해 “9년 전 화재로 인해 소실된 대웅전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대웅전 불사를 완료해 출가수행자와 지역민들의 정신적 위안처였던 대웅전이 또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원인이 사찰내 대중의 방화로 알려져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며 “종단과 협력해 구체적인 원인 조사와 유지관리 문제,출가 수행자의 정체성 확립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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