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기고

다가오는 5월 11일은 동학혁명국가기념일이다.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로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자랑스러운 역사의 혁명지로 자리매김 되었다. 지난 4월 3일 제주에서는 제주4.3기념식이 열렸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도 아픈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제주4.3이 올바르게 이름 지어지지 않아 제주4.3평화기념관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비문 없는 하얀 비석 백비가 아직도 하늘 보며 눕혀 있다. 제주의 아픔이 하루빨리 멈추길 기원한다.  

               

백비  
   
한으로 머금은 눈물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 
한스런 하늘 바라보며 여직껏
이름도 없이 누워있네 

한 동네 한 곳에서 학살당한 핏줄들 
하얀 상복 입은 채로
두 살배기 딸아이 껴안고 잠든 어미 
한라산 하얀 눈이 덮고 있듯 
멍든 눈물 가득 젖어있네

떠난 아픔, 하고픈 말 다하지 못한 채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묵묵히 귀 막고 입 닫은 채 
활화산처럼 터질 분노를 삭이네

악을 물리치는 천사처럼
무자년의 판도라 깨고 진실의 문 열고자
갑오년 흰 옷 입은 농민군 함성으로
그날, 애타게 기다리네 

짓이겨진 들풀 여린 들꽃 이름 모두 찾아내어 
살아남은 가슴에 비수처럼 박힌 거짓 도려내고
아무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잠들어 있는 영혼 깨워
그들의 숨결로 영원히 새길 
하얀 비석, 여기 있네

얼음강 풀려 바다로 가듯
망각의 강 건너 진실의 문 열리고
꽁꽁 언 한, 다 풀려 대명천지 누비는 날

장문의 비문도 아닌 단 한마디 
이름 제대로 지어 
누운 땅 박차고 일어나 
우뚝 선 백비 언제 보려나 
그 기다림 멈추는 봄날, 언제 오려나

-최낙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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