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전봉준장군동상재건립추진위원회’에서는 현재 정읍황토현전적지의 전봉군장군상을 철거하고 새로운 동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의 동상과 부조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성, 의미, 정신 등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한계성과 더불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작가가 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국민 기부금으로 전봉준장군상과 무명동학농민군의 군상을 제작하기로 하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하여 다행이다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에서 벌써 기부금이 모금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그래도 국민 기부금으로 건립하는 것은 동상제작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님을 ‘전봉준장군동상재건립추진위원회’에서는 인지해야한다. 아픈 역사를 희망의 역사로 승화시킬 작품을 완성시킬 책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주 4ㆍ3기념공원에 가면 ‘비설’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기나 긴 제주 4ㆍ3 토벌작전 중 중산간지대를 불을 질러 초토화하는 과정에서 20대 젊은 엄마가 두 살배기 어린 딸을 업고 토벌대에 쫓겨 한라산으로 도주하다 눈 속에서 총을 맞았다. 눈밭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아이가 총에 맞을까봐 맨발로 무릎 끓은 체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눈밭에 묻혀버린 아픈 사연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 때의 아픔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수작이다. 보는 순간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걸작이다. 이 조각상을 보고 간 사람들이 쓴 시가 넘쳐날 정도이다. 

 스페인 남부도시 세비아의 세비아성당 안에는 공중에 떠있는 ‘콜럼버스의 관’이 있다. 콜럼버스가 서양인으로서 최초로 신대륙을 발견하도록 아낌없이 후원한 왕이 두 명, 발견 후 귀국했을 때 그를 무시했던 왕이 두 명 있었다. 화가 난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노라며 쿠바로 돌아가서 그 곳에서 죽었다. 그 후 스페인은 그의 유골을 수습하여 세비아성당 안에 안치하는데 그의 유언을 존중하여 관이 땅에 닿지 않게, 그를 지지했던 왕 두 명은 앞에서 웃으며 관을 메고 구박했던 왕 두 명은 뒤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체 관을 메고 있다.  ‘콜럼버스 관’을 보기 위해서는 이 성당의 입장권을 미리 예매해야 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룬다. 죽은 콜럼버스가 세비아를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콜럼버스의 관’은 대단한 작품이다.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 방영에서 봤듯이 전봉준장군의 마지막 사진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음을 우리는 안다. ‘콜럼버스의 관’처럼 그 사진과 같은 조각상이나 부조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기념공원에 들어설 새 동상은 혁명의 정신과 그들의 아픔을 녹여내어 누구에게나 진한 감동을 주어야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정읍만의 자랑이 아니라 한반도 전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세계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으뜸가는 민중의 역사임에도 이 혁명의 태동인 고부봉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자기 지역의 역사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세력에 맞서서라도 이번 동상제작에서는 황토현의 승리만이 아닌 우금치의 아픔까지 다 녹여내야 한다. 자기 지역의 역사만이 소중하다는 세력에게 보란 듯이 다른 지역에서의 활약까지 포용하는 마음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동상제작이 친일작가에 의해 이루어진 점이 문제가 된 점을 상기하여 이번 동상제작은 철저하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경력조회도 해야겠지만, 작품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가도 미리 고증해야 한다. 이번의 전 국민 기부금 모집은 ‘내가 동학농민군이다!!’의 구호처럼 절실함이 담겨있다. 불탄 내장사 대웅전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여 복원한 지 십년도 안 되어 다시 화재로 손실시켜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일이 지난해에 있었다. 동상 재 건립 후에 또다시 논란이 일어 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디 많은 국민들의 참여 속에서 후세에게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남길 동상, 보는 이들 모두가 감동을 받고 이 역사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예술적 작품이 탄생하길 학수고대한다. (최낙운 본보편집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