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한낮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새벽바람만큼은 시원하다. 그래서인지 잠도 설치지 않고 곤히 잘 수 있는 여름이다. 이른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세수를 하고선 내장호수로 차를 몬다. 벌써 차창 밖 칠보산 너머로 붉은 기운이 얕은 구름 속으로 스며들어 산을 휘감아 온다. 행여나 보고픈 여명을 놓칠까봐 서둘러 내장호수로 가는 길, 벌써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산책을 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아직도 호수는 새근새근 고이 잠든 아가마냥 고요한데 분주한 발걸음 소리와 자전거 바퀴소리에 놀란 물고기들이 사방에서 첨벙첨벙 뛰논다. 물고기의 물질에 놀라 잠든 호수는 종소리 퍼져가듯 여기저기 둥그런 파문이 인다. 그 위로 부지런한 새들이 호수를 거닐 듯 수면 위로 날아다니는 내장호수의 새벽은 정중동이 따로 없다. 

 여명이 짙어 오기 전에 갑오동학혁명백주년기념탑 앞에 서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새벽을 열고자 했던 농민군의 마음으로 새벽하늘을 응시해 본다. 새벽바람타고 그들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 듯 새 희망이 솟아오르듯 여명도 짙어져 온다. 동명일기에서 묘사한 동해의 일출경관에 비할 수는 없어도 과히 내장호수에서의 여명은 장관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의 새벽녘 여명은 생각보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산 너머로 하얀 뭉게구름이나 실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떠오르는 태양빛으로 구름에 불이 난 듯 붉은 여명은 더 찬란하다. 다행히 호수 건너편 산봉우리 너머에서는 동터 오르는 태양빛에 앞서 여름의 강렬한 태양빛이 구름을 태우듯 구름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붉은 구름은 거대한 새처럼 바람 따라 유유히 떠돌고 그 황홀한 풍경이 바람도 잠든 내장호수에 비취면 호수는 그대로 거대한 거울이 된다. 호수 속에서 산이 잠들고 물속에서 불난 구름이 꺼지지 않는다.  동학농민군의 함성이 울려오듯 전봉준공원에서 바라보는 호수에 담긴 여명은 바로 새 세상의 명경지수와 같다. 이런 아름다운 내장호수가 정읍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이 호수에서 새벽이면 여명의 빛 바라보며 선조들의 기상을 마음에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주변에 괜찮은 호텔이 생겨 새벽마다 기념탑을 배경삼아 호수에 스며드는 여명을 감상하는 인파가 넘쳐나길 더욱더 소망한다. 

 이른 아침 동이 트고 나면 내장산의 우화정 연못도 바람도 새도 다 잠들어 있다. 그래서 아침이면 명경지수로 손꼽히는 연못이 우화정이다. 다만 물 반 고기반인 연못에서 부지런한 산천어가 무리지어 연못을 휘돌 뿐이다. 하얀 구름 품은 파란 하늘도 우화정도 멀리 솟아오른 산도 그리고 초록으로 물든 단풍나무도 맑은 호수에 빠져 산천어의 놀이터가 된다. 호숫가에 서면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호수인지, 위가 호수이고 아래가 하늘인지 순간 헷갈리는 거울호수의 마법을 볼 수 있다. 내장산은 가을단풍의 인기와 더불어 겨울에는 설경으로 봄에는 산벚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여름에는 계곡에 물이 말라 찾는 이가 뜸하다. 그래도 이런 내장산에 여름에도 볼거리는 있다. 아장아장 아가들이 걷듯 새봄에 연두 빛 새순이 돋고 여름이면 어린 아이들이 자라 듬직한 청년이 되듯 거리마다 산마다 잎들이 싱싱한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것이 자연이다. 이런 싱그러운 초록단풍잎과 파란 하늘이 어울려 우화정 연못에 잠든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우화정의 명경지수다운 아름다움에 모두 입이 벌어질 것이다. 덤으로 초록단풍잎 사이로 수줍게 물든 백일홍은 여름 내장산의 또 다른 숨은 볼거리이다. 이런 내장산에 여름에도 시민들의 발걸음 소리가 매미소리 울음보다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내장에서 월명마을(달맞이 골)지나 시내로 돌아오는 길 정읍천변에도 명경지수가 있다. 천변 위에 늘어선 단풍나무 가로수가 시냇물 속에서 파란 하늘 하얀 구름과 사이좋게 나란히 산책하는 곳이 곳곳에 있다. 언제나 거울처럼 자연을 품고 있듯 우리의 마음도 안아줄 정읍의 명경지수가 여기뿐이겠는가? 입암저수지도 부전저수지도 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해질녘이면 노을에 취해 물고기가 노니는 내장호수를 호수장에서 바라보는 것도 황홀한 광경이다. 이렇듯 우리의 마음이 명경지수가 되게 해주는 자연경관이 지척에 있다. 땡볕더위에 지친 마음을 여름의 정읍에서 거울 속에 담긴 자연을 보며 식혔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호수와 연못 그리고 냇가와 저수지에서 보는 명경지수가 우리들 마음이 되는 아름다운 정읍에서 누구나 많은 추억을 담아가는 날이 많았으면 한다.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사진설명

선조들의 기상을 품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내장호수의 여명과 내장산 우화정의 초록 청량함, 정읍천변 단풍길도 정읍의 명경지수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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