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지 편집위원

사람에게 새는 어떤 의미인가?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유’일 것 같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해서인지 맘대로 휴전선 철조망을 왕래하며 사는 새에게서 ‘자유’를 연상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조류독감(AI)’를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작년 겨울 우리 고장의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인근 가금류 농장에서 닭과 오리 39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던 일도 있었다. 근 2년간을 전 세계에서 퍼져가는 코로나19도 박쥐가 원인일 거라는 주장도 있다. 예전에는 새들이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없었지만 이제는 새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들이 잦은 듯하다. 

 농업을 주요 산업기반으로 살던 시절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새는 참새였다. 벼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 농촌은 바지런히 허수아비를 논에 세워두었다. 한 톨의 낱알도 아깝고 소중했던 가난한 시절이었기에 참새와의 공존은 허락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들녘에서는 허수아비를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쌀의 중요성이 상실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들녘의 참새들은 맘껏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참새의 천국이 되었다. 어릴 적 시골의 들판에서는 푸른 벼 논두렁 사이로 고상하게 거니는 백로를 자주 보곤 했었다. 농약 살포가 많아지면서 메뚜기가 사라졌듯이 언제부턴가 들판에서 백로도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정읍천변을 거닐다보면 백로보다는 왜소한 왜가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 발을 물에 담고서 외발로 서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본다. 이렇게 새들이 정읍천변에 많은 이유는 정읍천변에 물고기가 많아서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일 게다. 정읍천변을 따라 문화광장으로 가는 길에 왜가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리새끼들을 데리고 물위를 산책하는 오리가족들도 볼 수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새들이 찾아와 물을 마시고 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이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어김없이 새들은 분주하게 천변을 찾는다. 하루 종일 천변에서 살다시피 한다. 까치와는 달리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새들이다. 이 새들이 어디에서 왔을까? 이 새들의 주된 터는 구미동의 두락산이다. 시청에서 수성동으로 가는 샘골터널 왼쪽 두락산에 가면 수백 마리의 새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 새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숲 속에 자리 잡은 새들의 터에 가보면 새들의 배설물로 고사목도 많고 그 악취도 심하다. 그렇지만 자연의 주인이 사람만은 아님을 이해하고 더불어 공존하는 곳도 한 곳 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려는 이 새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터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행여 이 새들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면 공존을 주장하는 마음 미안한 생각일 수도 있음을 우선 인정한다. 나무 위에 앉아있는 새들의 자태, 하늘로 무리지어 비상하는 날갯짓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런 새들의 터를 인정할 수 없다하여 약을 뿌려 새들을 쫓아내는 지자체도 심심치 않게 많다. 우리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는 공존을 이해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천변을 산책하는 시민들 어느 누구하나 고기잡이하는 왜가리들을 내쫓는 이도 없다. 삭막한 건물만 있는 도심 하늘에 새들이 날고 그 새들이 시민들 곁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겨울철이면 내장호수를 찾아오는 천둥오리 떼들이 있고, 정우면 초강으로 가는 길 망담마을 앞 냇가에도 철새들이 찾아온다. 정읍들판을 가로 질러 만석보 터까지 굽이굽이 흐르는 정읍천에도 하얀 눈 속에서 노니는 철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조류독감에 대한 위험요소가 있다하여 찾아오는 철새를 무작정 쫓아낼 수 없는 형편이라면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새들을 관찰하며 기쁨을 찾는 것도 좋을 일이다. 

 산새들의 소리 들으며 천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걸음 한발 한발마다 자연일체 되는 세상이 자연친화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눈 오고나면 하얀 들판에서 강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옛 추억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새들의 풍경을 보기 위해,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의 방문도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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