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사람들은 누구나 빛을 사랑한다. 누구에게나 환한 대낮보다 어두운 저녁이 불편하고 무서움이 앞서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둠을 이기는 것이 빛이기에 더 좋아할 것이다. 다들 어둠을 뚫고 새벽녘 하늘을 수놓는 여명을 보고 감탄한다. 한편으로는 어둠을 부르는 환상적인 노을에 감명을 받기도 한다. 한낮에 보는 여러 가지 색의 꽃들을 보며 행복해하듯 전구에서 품어 나오는 가지각색의 빛에서도 기쁨을 만끽한다. 

 10월이 왔는데도 한낮의 온도는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다행히 밤 날씨는 춥지도 쌀쌀하지도 않다. 시원한 바람에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을밤은 하루를 사는데 큰 위로가 된다. 요즘 가을밤에 정읍천변에서는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가족들과 연인들의 밤나들이로 천변이 북적거린다. 코로나로 축 처진 어깨들을 털고 모두 마스크를 쓴 체 방역을 지켜가며 축제를 즐기는 성숙한 정읍시민들의 모습에서 자긍심을 느낀다. 빛을 좇아 시민들이 찾는 곳은 비단 천변만은 아니다. 빛의 고을하면 누구나 광주를 생각하겠지만 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빛에 대한 노래를 간직하고 있는 고을은 정읍이다. 행상 떠난 남편을 달을 보며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 달빛 따라 안전하게 돌아오라 기도하는 여인의 노래 소리가 풀벌레 노래 소리에 장단 맞춰 지금도 울러 퍼지는 곳이 정읍이다. 지금 정읍사공원에 가면 지금도 둥근 보름달 아래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정읍사 망부석 여인을 아름다운 등불 속에서 별빛들과 함께 볼 수 있다. 

지난 3년 전만해도 문화광장은 쉴 곳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동안 정읍시는 문화광장을 시민들의 쉼터가 되도록 숲길을 조성하고 아이들이 맘껏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을 마련하였다. 지난 3년 동안 광장 둘레에 벚꽃나무를 비롯하여 많은 나무를 심고 조그만 언덕 위에 백일홍 군락으로 쉼터를 조성하였다. 운치 있는 소나무 아래에서 내장산을 바라볼 수도 있도록 배려한 곳도 있다. 이렇듯 지난 3년간 정읍에서 가장 많이 변한 곳 중 하나가 문화광장이다. 이제는 이곳이 진정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더불어 야영캠프장을 조성하여 어두컴컴한 밤에도 인적이 끊이질 않는 광장으로 변모하였고 저녁이면 많은 시민들이 문화광장을 찾는다. 문화광장에 가면 최근에 조성된 구절초의 형상을 띤, 때때로 색이 변하는 분수대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물길도 있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으로 물줄기가 춤추는 음악분수대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분수대의 음악에 맞춰 킥보드를 타며 신나게 논다. 이런 아이들의 생기 넘친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어른들의 모습 또한 참으로 보기 좋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스페인광장에 가면 밤마다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오는 음악분수대가 있다. 음악분수대의 시설로만 비교하면 문화광장의 분수대가 훨씬 좋다고 본다. 스페인광장의 분수대처럼 세계관광객이 찾아오는 분수대가 되려면 우선 정읍에서 하룻밤을 묵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근의 내장호수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와 그 곳에서 묵을 곳과 놀 거리를 조성하면 밤에는 문화광장이 스페인광장처럼 북적될 것이라고 꿈을 꿔본다. 

 사람들의 관심이 음악분수대로 쏠려 그 인근에 있으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조형물 ‘정읍을 타다’가 있다. 한밤에 빛을 발하는 조형물 앞에 앉아 내장산 위에 떠있는 별까지 구경하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변의 벚꽃그림, 내장산 단풍터널그림, 피향정 연꽃그림,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의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이가 많다. 예전의 텅 빈 광장이 이제는 제대로 구색을 맞춰가고 있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이제는 넓은 문화광장 곳곳의 볼거리를 안내하는 지도를 설치하고 안내책자도 제작하여 많은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두루두루 제대로 구경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듯싶다. 

 청명한 밤하늘에 별도 달과 같이 빛나는 정읍의 밤은 천년사랑을 고이 간직하고 있어 그 빛이 이 더 아름답다. 가을밤 풀벌레 소리가 빛을 타고 빛의 노래되어 사방에 퍼져가는 정읍의 밤이 더 정겨워진다. 가을밤 많은 시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빛의 노래가 더 퍼져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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