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직도 내장산 단풍은 여름을 그리워하는 지 여전히 초록물감을 지워내질 못하고 있다. 10월 하순이면 빨간 물감 물들인 듯 불이 난 듯, 붉게 물든 내장산 애기단풍을 보았는데도 이제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단풍절정시기가 해마다 늦춰지고 있다. 반면에 천변의 억새꽃은 한 달 넘게 은빛물결을 이루고 있다. 정읍에서 신태인으로 가는 길 도중 이문안마을 뒤편 정읍천에서 태뫼마을 뒤편까지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드넓은 하천부지에서 자생적으로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이 억새꽃 주변으로 기차가 쉴 새 없이 지나가며 구경을 한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길이 있음에도 지나가는 자전거는 보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을 찾는 만큼 가을 단풍이 오기 전에 많은 인파가 정읍천변에도 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쉬운 마음만 억새꽃 피듯 피어난다. 

정읍천변의 억새군락은 정선의 민둥산보다 볼거리가 많다. 도도히 흐르는 정읍천 물길 따라 원앙새들이 떼 지어 노닐고 정읍천변의 억새군락지는 정읍에서 서식하는 모든 새들의 쉼터이다. 낮에는 정일여중 지나 정읍교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호수처럼 고인 물길 옆으로 억새들이 제 세상 만난 듯 햇빛을 온몸에 담아 바람에 넘실거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해질 무렵이면 망제봉과 두승산 너머로 노을이 지고 하얀 억새가 붉은 물결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누렇게 벼들이 익어가는 황금들녘도 바로 옆에 있다. 이런 면에서 정읍들녘의 노을과 천변에 서식하는 새들 그리고 억새를 같이 볼 수 있는 정읍천변은 최고의 가을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신태인 근처 하천부지에 조성된 파크골프가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억새군락지를 조성하면서 파크골프장을 같이 조성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루 종일 햇빛 받아 은빛 물결치는 억새들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벌도 어울리는 조합이다. 물고기들이 물위로 뛰며 춤추는 풍경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군데군데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관광자원으로 드넓은 하천부지를 억새로 뒤덮으면 민둥산 못지않게 인파들이 몰려올 것이다. 쉴 새 없이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차창너머로 보고 다니니 굳이 홍보를 안 해도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날 것이다. 더군다나 한번 조성해놓고 나면 자생적으로 번져가니 해마다 관리비용이 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은빛 물결치는 억새는 가을추억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물가에서 노을 지는 들녘에서 억새를 배경삼아 사진을 담아가는 사람들의 수요 또한 충분할 것이다. 자전거도로는 이미 조성되어 있으니 자전거 산책으로도 전국의 유명지가 되는 데에는 손색이 없다. 서울에서 정선까지 가는 것보다 서울에서 기차로 정읍역으로 내려오는 소요시간도 훨씬 적다. 정읍에서 신태인으로 가는 버스가 있으니 이문안마을이나 태뫼마을에서 하차하여 다니면 대중교통편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자가용은 정읍역 주차장을 이용하게 하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면 자전거 길의 이용도도 높이게 될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자전거 길이 외면을 받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억새를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만석보 터, 황토현 전적지 등으로 역사여행까지 겸할 수도 있다. 길은 이미 조성되어 있기에 많은 예산은 들지 않을 것이다. 시내의 정읍천변에서 열리는 빛의 축제보다 예산이 적게 들것이라고 본다. 예산을 그리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을 올 수 있게 하는 정책이 가장 훌륭한 정책이다. 
 
 가을이 깊어가듯 오늘도 정읍천변에 피어있는 억새들의 은은한 자태도 억새의 추억도 깊어가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은 시시때때로 변해가도 정중동의 산과 들 따라 바람 한 점 없는 정읍천변의 억새들이 미동 없이 곤히 잠든 전경, 마음도 고요해진다. 내년 가을에는 억새축제라도 열렸으면 하는 바램도 깊어간다. 이런 희망으로 가을을 담아가는 하루가 행복해진다.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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