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림<토요신문 주필·대표이사, 본보 칼럼위원> 
 독립만세를 외치듯 투사적 결기로 경선완주를 천명하던 국민의당 안철수후보가 마침내 국민의힘 윤석열후보와 심야 담합으로 대선 목전에서 중도하차 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등 선거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서 선거판을 휘젓다가 결국 스스로 낙마하고 마는 대단한 이력을 상기시키자면 예측가능한 안의 태생적 한계이기에 달리 의아해 할 일도 아니다. 말하자면 그 만의 계산된 철저한 경제공식이 정치공식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거대정당 후보들의 이력이 호화찬란(?)한 까닭에 정책적 비전보다 상대방 흠집내기와 비방에 함몰된 정치퇴보의 장이 되고 말았다.
 상대방 탓으로 떠넘기기에 치열한 대장동 사건을 필두로 집권여당 이재명후보의 아들과 부인의 일탈행위, 연일 구설수로 오르내리는 가족사, 이에 질세라 거대야당 국민의 힘 윤석열후보의 사이비 종교나 무속에 기댄 무개념과 무지, 장모와 부인의 수많은 일탈과 비리, 논리와 상식조차 빈약한 정치신인의 함량미달인 정치철학 등, 정말 이것이 5년 동안 한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 선거인지 초등학교 분단장 선거인지 헷갈릴 만큼 저급한 선거로 추락하고 있다.
 그 덕에 후보들의 전과前過와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유권자들이 주춤하고 있다. 
 심한 표현을 하자면 그래도 덜 나쁜 놈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능한 후보에게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봉착한 것은 후보자들이 아니라 볼모가 된 국민들이다.
 각설하고, 그들을 정확히 보는 시각과 옥석을 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선행학습에서 보듯 자주국방을 토대로 안정과 평화를, 집값 잡고 경제 살리고, 정치보복 안하고 모두가 살만 한 그런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면 된다.
 양당에서 다투어 부르짖는 정권교체나 정치교체도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동의어에 가깝다. 집권당이 대통령을 바꿔 잘못된 정치 바로잡고 잘된 것을 이어가는 것도, 야당이 새로 대통령을 만들어 정권을 잡고 통치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정권교체고 정치교체라는 것이다. 다만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거나 주인조차 물어뜯고 할퀴는 정치초년생의 브레이크 없는 위험한 곡예와 질주는 심각한 경계의 대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렇듯 어수선한 대선정국의 말미에 안철수후보의 각본에 충실한 3·3회군은 위화도 회군에 버금가는 철수撤收는 없다던 “철수의 또 철수‘는 가히 역사적 대 반란이다. 다수의 유권자들, 특히 지금까지 그의 말을 믿고 지지해 온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졸렬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론장에서 정책마다 윤후보와 충돌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비웃던 그가, 양당정치를 뿌리 뽑고 다당제를 실현하기 위해 기필코 완주하겠다던 그가, 손가락 절단 협박까지 거침없이 내뱉던 그가 공동통합정부라는 미명아래 또 끝내 국민을 배신하고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의기양양한 그들의 통합회견은 대통령 당선인사와도 같았고 달콤한 열매를 나눠먹는 옹졸하고 궁색한 변명에 그들만의 잔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희망사항의 남발 장이었다. 아니 대국민 사기극인 동시에 그들의 수준과 자질을 자인하는 비열함과 천박함의 극치였다. 
 필자가 건진법사는 아니지만 단언컨대 이 둘이 작당한 통합의 파급력은 이미 소진되고 되레 역풍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이순신장군의 열 두 척 배를 운운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하더니 결국 그 거룩한 어록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말았다. 이 둘의 새벽녘 야합과 작당을 묵인하고 용인할 유권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이제 우리 모두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동상이몽을 꿈꾸던 토론장의 빨간 넥타이가 국민을 기만한 야합의 징표일 줄이야. 
 벼룩도 낯짝이 있다. 국민이 키워준, 국민의 뜻이라는, 국민이란 고귀한 단어를 허접한 입에 담거나 함부로 차용하고 남용하지 말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이런 저질의 정치인들은 모조리 퇴출시키고 내 소중한 한 표로 모리배들을 준엄하게 심판할 날이 다가왔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고 노무현대통령의 어록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까닭은 도대체 왜일까?
 이제라도 유권자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감았던 눈을 떠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내가 산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