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sky학원장)

어느 누구에게는 촉촉하게 내려주는 비이고 어느 누구에게는 구슬프게 내리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몸은 봄이라하는데 아직도 맘은 겨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봄비가 내리고 봄꽃들은 기지개를 펴고 봄맞이에 분주하다. 올 봄꽃은 철없이 속도 없이 핀다고 핀잔도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오는 봄 나무라지 말고 꽃들의 개화를 응원하고 성원하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대선으로 속상한 마음 있거들랑, 꽃샘추위 버텨내는 꽃들처럼 다시 올 새봄을 기다리는 용기들을 배웠으면 한다. 권불십년도 아닌 권불오년인 세상, 이긴 자도 배려와 공존의 마음으로 첫 단추를 잘 꿰어야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봄이다.

긍정적인 정책대결보다는 부정적인 폭로대결의 끝장을 보여준 대선이 끝났다. 사람도 지역도 반절은 웃고 반절은 우는 결과로 앞으로 5년이 더 걱정이다. 만백성을 위한 정치는 이상국가의 정치일 뿐이다. 만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반백성이 웃고 반백성이 우는 정치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들 지금의 결과에 대하여 웃을 수는 없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해야 좋은 정치가 될까 더 고민할 때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더 걱정스러운 봄이다.

정치의 대립보다 더 심각한 것은 종교의 대립이다.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인 것을 보아도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가 있다. 스페인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팔천만 명이 관광을 오는 나라이다. 스위스나 뉴질랜드처럼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스페인은 여러 민족이 지배하고 멸망하면서도 예전의 문화를 존중하고 보전하였기에 역사문화가 풍부한 나라이다. 세계에서 스페인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시의원이고 국회의원이고 해외연수를 많이들 다녔다. 이왕 갈 거라면 스페인의 코르도바 메스키타 사원을 권한다. 메스키타 사원은 이슬람사원이었지만 가톨릭 정복 후 사원과 성당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원을 파괴하여 성당을 건축하는 것보다 사원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여 일부만 성당으로 개조한 후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종교화해의 장이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공존하는 메스키타의 정신이 우리 정치에도 있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야합하면서 서로의 비리를 묻어주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불거졌던 비리들은 특검을 하는 한이 있어도 규명할 것은 규명하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어야 마땅하다.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질 자는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다. 분명 위법을 다스리는 것과 배려.공존은 다르다. 새 정부는 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폐기하기보다는 나라와 국민들의 입장에서 존속시킬 것은 인정하는 자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인 지금의 여당도 아쉽게 석패했다는 자위감으로 이 난국을 헤쳐 가서는 안 될 일이다. 수많은 각성이 필요하다. 민심의 이반이 왜 생겼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토대에서 다시 일어서야 할 것이다. 또한, 두 양당은 지역기반을 당의 존립기반으로 삼는 지금의 정치형태를 바꿔야 한다. 지역구도를 먼저 포기하는 자세가 배려이다. 두 양당이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공존이다. 지역구도를 포기하면 경쟁은 자연스럽게 정책대결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지방선거가 있다. 영남이 없으면 국민의 힘이 없듯 호남이 없으면 더불어민주당은 없다는 지역분열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방선거에서 당내경선을 통해 당 후보가 되면 호남에서나 영남에서나 다들 당선이 되는 선거를 계속 보고 산다. 한마디로 호남과 영남지역은 주민들이 뽑는 선거가 아니라 당이 뽑아놓고 주민들의 선택권을 아예 무시하는 처사다. 주민설문조사 50%반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포장하여 주민을 기만하는 지방선거이다. 한마디로 당에서 줄을 선 후보가 쉽게 당선이 되는 형국이라 호남과 영남에서 지방선거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어느 당 후보든 당내 경선 없이 모두 주민들의 표로 선출되어야 지역분열의 선거가 지방선거에서라도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다. 어느 당이 먼저 앞장서서 이런 기만적인 경선제를 폐지할까? 기초단체만이라도 당내경선 없이 주민들의 선택으로 선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당이 더 지지를 받게 될 것임에도 아마 어느 당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선의 결과로 지방선거에 걱정이 많은 여당이 먼저 발 빠르게 이런 결정을 한다면 더 좋을 일이다. 지금은 백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의 마음이 여당에게 있어야한다.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는 반드시 끝장내야한다.’는 명분이 있는 지방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 다시 혼탁한 선거가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또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의혹들이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책임지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한 번 국민들은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변화를 보며 투표장으로 달려 갈 것이다. 목전에 둔 이번 지방선거에 맞춰 정치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존하는 모습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대결로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길 기다린다.  

철없이 꽃이 일찍 핀다고 꽃들이 핀잔을 받는 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꽃들에게는 꽃샘추위를 이겨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 꽃샘추위를 다 이겨내며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밝혀 줄 꽃들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다가 올 희망의 봄이 언제나 있기에 우리도 그런 꽃들이다. 이번 봄에는 모두 상춘곡을 읊으며 마음 편하게 봄나들이 가는 정치가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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