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활짝 핀 꽃들이 밤새 부는 바람에 다 떨어지듯, 정읍시장 여론조사 1위, 2위를 지키던 후보 두 명이 지난밤에 컷오프를 당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전북 도지사 후보 중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송하진 도지사의 컷오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상황에서 또 충격을 받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민주당 후보로 공천이 되면 당연하게 당선되는 지방선거이다 보니 민주당의 이런 오만함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민주당 후보이면 당연히 당선되는 선거이어야 하는가 싶다.  

 지난 정읍시장선거에서 민주당후보로 선출된 이학수 후보가 무혐의 처리되었던 선거법 위반의 논란으로 후보지명 철회를 당한 일이 있었다. 기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독단으로 내린 결정사항이었다. 이학수 후보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고 억울한 판정이었다. 후보의 흠을 미리 예단하여 당이 결정하면, 시민들은 그저 줄서서 표만 찍으면 된다는 이런 선거가 다시 재현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선거를 해야 하는가 민주당에게 묻는다. 작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본보기고문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민주당만을 찍을 것인가 말한 적이 있었다.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무리하게 치른 선거는 대패했고, 그 여파 속에서 대선도 지고 말았다. 이런 일들을 걱정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이 기고를 보고 신문사에 항의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이번 전북도지사, 정읍시장 컷오프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민주당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 묵인할 수는 없다. 이런 결정을 할 바에 무엇 하려고 여론조사를 했는가? 시민지지 1위, 2위를 결정한 시민들의 도덕적 잣대가 잘못되었다고 민주당이 시민들에게 질책하는 것인가? 

 민주당은 합리적인 기준과 그에 합당한 사유를 시민들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전북도지사 예비선거에서 탈당한 경력으로 유성엽 후보가 컷오프를 당했다면 김관영 후보 또한 마땅히 같이 컷오프를 당해야 맞고 지난 시장선거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읍시장 예비후보 이학수 후보도 컷오프를 당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다. 선거 때만 되면 예비후보들의 흠을 파헤쳐 사법적인 판단이 안 된 사유로 예단한다면 선거 때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다. 지방도시 전체를 흙탕싸움,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시의원, 도의원, 시장∙도지사 자리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후보들과 새로운 얼굴로 자리바꿈을 꿈꾸는 후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더 고민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축제 같은 선거를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정읍시장후보토론회도 있었다. 정읍현안을 놓고 정책대결의 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모든 후보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토론이었다. 시민들은 시민들의 손으로 시장을 뽑기를 원한다. 실컷 토론회까지 한 마당에 자기들의 잣대로 후보를 결정한다면 토론회를 시청한 시민들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행위가 아니면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후보를 뽑을까?’ 시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민주당은 시민들에게 무슨 고민들을 하느냐, 그냥 1번만 찍으라고 으름장을 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시민들은 쉽지 않은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당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가 아니라 인물을 보고 선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오만함에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럴수록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러나 호남에서는 아직도 자기들의 결정만을 따르라고 한다, 이런 오만함이 윤석열 당선인의 장관 인선 과정과 무엇이 다른가? 모든 후보가 다 출마하여 시민들의 결정으로 시장이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에 연연하여 투표하는 시대를 종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의 각성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정한 후보를 무조건 찍는 선거를 거부하고, 컷오프를 당한 후보들도 다 출마하여 시민들이 맘 놓고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선거도 생각해봄직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는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보, 우리지역의 역사∙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계승발전 시킬 수 있는 후보, 공정하고 공평한 인사정책을 펼칠 수 있는 후보,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들이 시민후보라는 이름으로 모두 출마하여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선출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런 선거가 된다면 진정으로 지방자치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학연으로 뭉쳐서 학교 힘자랑하는 선거, 권리당원의 숫자 싸움으로 매점매표 하듯 하는 선거보다 시민의 무서운 눈으로 후보들이 제대로 뽑히는 선거가 꼭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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