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보편집위원
 지방마다 지방선거 예비선거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거대 양당이 다 난리법석이다. 각 지방마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동정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리 좋은 모양새로 보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도록 좀 더 당의 결정이 세심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다. 예비경선 또한 당심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지사 국민의 힘 예비선거에서 일반도민의 지지를 받은 유승민 후보가 윤심의 당원지지를 받은 김은혜 후보에게 참패를 당했다. 반면, 대구시장 국민의 힘 홍준표 후보는 윤심과 박심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을 제치고 시장후보가 되었다. 당원의 지지와 국민의 지지를 산술공학적으로 뒤섞어 치르는 예비선거가 과연 민주적인 방법인가 의구심이 잔뜩 드는 선거가 되고 있다. 공천 탈락으로 문제가 되어, 모든 후보의 공천탈락 없이 국민경선만으로 치르는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선거가 차라리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정당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방법 중의 하나인 당원투표는 해가 거듭될수록 대한민국 정당의 민주성을 짓밟는 계파정치의 산물이 되고 있다. 더불어 각 후보마다 권리당원을 만들기 위해 매점매표 하듯 혈안이 되고 있다는 것을 중앙당만 모르는지 여전히 권리당원 투표방식을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수백만 원의 공천 심사비를 받아가며 잡음만 일으키고 있는 공천심사로 하루가 멀다않고 지역마다 당마다 조용한 날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또한 중앙당에 지방정치가 눈치를 봐야하고, 지방의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줄을 서야 하는 이런 선거제도가 과연 민주주의 실현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의문이 든다. 선거제도의 생명은 공정성과 합리성이다. 공정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못한 선거제도는 그 조직을 파탄에 이르게도 한다. 이명박 정권에서 경쟁관계인 박근혜의 측근들을 배제하면서, 이탈세력들은 친박연대라는 어이없는 이름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 더불어 민주당의 전북도당에서 실시한 후보들의 검증결과를 두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2-3명의 후보 압축을 기준으로 한다하고 어느 지역은 단수후보로, 어느 지역은 4명의 후보를 확정하다보니 별의별 소문들이 거리마다 술집마다 회자되고 있다. 당에서는 소문들로 곤혹스럽고 억울하다고 주장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억울한 것이 있다면 합리적인 잣대로 치른 검증과정을 공개하면 될 일이다. 장관후보자의 임명과정에서 평가할 합리적인 자료 공개를 국회가 늘 요구하듯, 시민들도 검증과정의 자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당비를 내는 당원의 요구는 더 당연한 권리라고 본다. 합리적인 잣대로 검증했다면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국민과 당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당은 존재의미가 없다. 

 평생을 민주당이라는 그늘 속에서 온실처럼 민주당의 혜택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인지라 당을 박차고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탈당을 하는 순간부터 철새라는 낙인이 찍히고 힘든 나그네 정치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이 당을 오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당이 덮기에만 급급하다보면 새로운 친박연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철새가 되고 싶지 않은 정치인을 철새로 모는 꼴이 될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장관후보자의 검증이 무엇보다 더 중요한 시기에 민주당은 지방선거과정에서 불협화음으로 곤경에 처해있다.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온 우리지역의 시민들이 지금의 상황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화두 앞에서 무너져버린 민주당이기에 더더욱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시민들은 민주당에게 말하고 있다. 

 공천 후유증으로 모든 후보의 공천탈락 없이 국민경선으로 치르는 서울시장 예비선거를 보면서 다른 지방의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지역은 원칙 없이 불복하면 수용하고, 어느 지역은 재심요청을 묵살하는 당의 의사결정을 민주정당이 하는 일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당헌, 당규를 바꿔가면서 치른 작년의 보궐선거의 참패의 교훈을 또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지역발전을 위해 출마한 후보자들의 뜨거운 경쟁을 기대한 시민들이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기분처럼 되어버린 선거에서 무관심으로 대응할까 걱정이 앞선다. 대선패배로 상처받고 있는 우리지역 시민들은 지방선거로 위로받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속상한 민심을 더 속상하게 만드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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