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낙운 본보편집위원
최낙운 본보편집위원

도덕의 잣대는 창피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창피한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가? 사회학에서 정의한 것이 많겠지만 창피함을 인지할 수 있는가도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척도일 것이다. 논리학에서 ‘p이면 q이다.’가 참인 명제이면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의 대우명제도 참이라고 한다. ‘사람이면 창피함을 안다.’의 대우명제는 ‘창피함을 알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이다,

 갑자기 서두부터 수학을 얘기하니 다들 어리둥절할 지도 모르겠다. 청문회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을 얘기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거대 양당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얘기하는 것이다. 창피함을 모른 채 다들 정치를 하려하고 권력을 잡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창피함을 모르는 것을 넘어 아예 뻔뻔함이 막무가내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설치는 꼬락서니에 국민들은 진절머리가 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아시아 침략을 하면서 벌인 만행을 두고 창피함을 모르듯 국무총리후보 청문회와 장관후보 청문회에 선 후보들의 그 뻔뻔함이 어찌 저리도 당당한가? 어제부터 온종일 청문회 생중계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다들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 당이나 저 당이나 한결같이 온통 흠 많은 후보들만 나서는가 말이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무시하듯, 자신은 떳떳하다 항변하는 뻔뻔함에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거대양당 후보공천과정은 과연 국민 눈높이에 합리적인가?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이 지역 저 지역에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락후보들의 이의제기와 탈당 후 무소속출마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지역에서도 시장후보의 공천과정에서 네거티브로 컷오프를 당한 것이라고 김민영 후보의 재심청구가 있었고, 유진섭 정읍시장 후보는 당의 결정에 섭섭한 마음을 밝히면서 수용의사를 밝혔다. 당의 결정이 옳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인으로 당과 시민에게 신의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말이다. 도의원 공천과정에서도 김대중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불법선거를 이유로 재심청구를 한 상태이다. 민주당의 선거과정에서 연일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미숙한 운영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권리당원 투표마감시간이 엿장수 맘처럼 연장된 것도 한심스러운 일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아니건만,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선거의 원칙을 바꾸면 누가 스스럼없이 결과를 인정하겠는가? 합당한 이유를 공개하기보다는 미숙함에 대하여 사과 한마디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모습이 당의 올바른 처사인가? 다른 당이 저런다면 흠집을 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정말 창피함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호남에서는 무조건 1번, 영남에서는 무조건 2번을 찍어주는 두 지역의 유권자는 거대양당의 볼모가 되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당이 결정하는 과정이 비합리적이든 비민주적이든 늘 자기 당을 찍어주는 유권자가 있다는 오만이 있는 한 이런 선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시민이 후보를 찍는 선거가 아니라 당이 후보를 찍는 선거가 민주국가에서 할 일인가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이런 창피스러운 선거를 치르라 강요당하는 기분 또한 좋을 리가 없다.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 여러 후보를 두고서 숙고하고 고민하는 선거를 빼앗긴 선거, 정말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봄은 있는가? 언제까지 지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힐 것인가? 언제쯤이면 우리는 이런 거대양당에서 자유로워질 것인가? 그 당만 꼭 찍어줘야 하는 국민들의 아픈 맘을 헤아린다면 더 성숙된 당으로 거듭나야하는 것이 당의 도리이다. 공정과 상식을 하지도 못하는 당이 공정과 상식을 들먹이면 웃기는 소리한다고 당당하게 받아칠 수 있는 당이었으면 대선을 가뿐하게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우리지역이 지금 신바람이 나있을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이 그리도 힘든 일인가? 철새 정치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새 유권자도 있다. 국민의 당을 찍어주던 그 때처럼 민심은 얼마든 변할 수 있다. 제발 믿고 찍어주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이 창피한 정치인지를 아는 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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