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아카시아 꽃향기가 온 고을을 덮고 있는 오월의 생쥐나라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슬픈 역사를 되새겨야 하는 오월의 생쥐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의 생쥐들은 수십 년 전에 생쥐대통령을 뽑으려했다가 고양이들에게 무참히 짓밟혀 수많은 생쥐들이 도륙당한 5월 18일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심지어 올해에는 고양이 대통령이 온갖 고양이를 대동하여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고양이 쥐 생각하듯 생쥐들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예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다들 이런 모습을 보며 마냥 좋아하기보다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니 찾아오는 행동이라 이해하는 모습들이다.  

 이제 생쥐나라의 지역 수장을 뽑는 선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쥐마을에서는
이번에도 고양이가 수장을 맡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수장을 역임한 검은 고양이, 하얀 고양이, 얼룩 고양이들의 측근들을 고문으로 임명하여 지원을 받고 있는 후보가 새로운 수장이 되려한다. 그러나 이제는 고양이 수장 못 믿겠다며 생쥐들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며 두 생쥐가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거리마다 자신이 진정한 생쥐나라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며 유세차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고양이 국회의 입김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생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후보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의 논쟁 속에서 탈당 후 무소속출마로 지방선거가 예측불허, 혼돈의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수장후보 여론조사의 결과는 의외로 초박빙이다. 언제나 당선되는 당 후보가 쉽사리 이길 것이라고, 맥 빠진 선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고양이 당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생쥐들의 민심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민심은 파도와 같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의 잔잔한 파도가 미동도 없이 고요하듯, 선거철이 아니면 민심은 웬만하면 잠잠하게 수그려들어 그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기 시작하면 거센 파도가 일듯, 선거철이 되면 조그만 일 하나에도 세상을 뒤엎듯 민심은 요동친다.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운 선거일 줄 알았던 선거의 판세가 이리 요동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생쥐나라의 선거에서 생쥐가 원하는 후보를 정책대결이 아닌 고양이 국회의 잣대로 공천한 결과, 지금 생쥐마을은 공천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 생쥐마을 의회에서는 성추행 의원과 불법자금수수 의원을 제명하라고 생쥐들의 요구가 빗발쳤었다. 그러나 의결 정족수미달로 문제가 된 의원의 제명을 피해갔다. 생쥐들은 회의에 고의로 불참했던 의원들의 재공천을 반대했지만 고양이 당은 민심을 어기고 모두 재공천 하였다. 더불어 폭력전과로 실형을 선고받은 옆 마을 고양이후보와 도박중독이 있는 건너 마을 고양이후보가 수장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반면에 여론조사 1,2위를 달리던 생쥐마을의 두 후보는 법적 처벌도 없는 사안으로 탈락되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것이 죄라면서 말이다. 생쥐들의 민심을 무시하고, 민심의 잣대보다 고양이 국회의 잣대를 우선시한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시민의 대표를 언제나 당의 결정으로 뽑으려하는 고양이 국회의 오만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이렇듯 생쥐나라의 유권자가 변하고 있다. 

 유난히 더 요동치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까?’ 생쥐에게는 최고의 고난이도 숙제가 되고 있다. 생쥐나라는 지금 그 답을 찾으려는 생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수장후보들의 자질을 평가하고자 최근에는 생쥐마을의 한 신문사에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후보에게 질문을 하는 척 하면서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거나 주장을 옹호하도록 압박하는 모습에서 토론회가 난장판이 되었다. 이런 토론회에서 생쥐들이 후보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열린 방송사 토론회 역시 가관이었다. 공약의 모순성과 말도 안 되는 자기자랑이 도를 넘어섰다. 아이들에게 불량식품을 3개 보여주고 골라라 한다면 어떤 부모가 가만히 있겠는가 싶었다. 고양이 후보나 생쥐 후보나 후보들의 자질이 생쥐나라의 수장이 되기에는 다들 턱없이 부족한 양상이었다. 차라리 제비뽑기가 낫다는 말만 떠오른다. “이 생쥐마을 제대로 굴러갈까?” 걱정은 들면서도 이제 생쥐마을 얘기는 이것으로 끝맺으려한다. 

 생쥐마을보다 우리지역 선거가 더 급하게 되었다. 지방선거는 우리 삶을 좌우하는 선거이다. 우리지역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실현가능한 공약, 우리 삶에 필요한 공약이 많은 후보를 뽑는다면 자랑스러운 시민이 되는 것이다. 불량식품 3개 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달려가서 막을 일이지만, 싫어도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이다.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이라도 골라야 한다. 최악을 막는다는 사명감으로 당이 내세운 후보와 소신껏 출마한 무소속후보의 공약과 명분을 꼼꼼히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앞으로도 1주일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유세도 들어보고 토론회도 지켜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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