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낙운(본보 편집위원)
최낙운(본보 편집위원)

 긴 가뭄으로 농촌마다 고추밭이 타들어가고 그만큼 농민들의 속도 타고 있었다. 다행히 선거가 끝나자마자 단비가 내리고 있다. 30도에 육박하던 이른 무더위도 한풀 꺾이었다. 이렇듯 정치도 단비처럼 국민들에게 살맛나는 세상, 시원한 세상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지난 지방선거는 견고한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광주의 투표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전주의 투표율도 50%를 넘지 못했다. 민주당공천이면 무조건 다 당선이라는 관습 아닌 관습에 식상한 시민들의 심적 반란이 태풍처럼 일고 있는 것이다. 무투표당선이 유독 많은 선거의 후폭풍이기도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호남의 지방언론들은 앞 다투어 민주당의 공천파행을 비행기가 융단폭격을 하듯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일당 독주의 행태에 대하여 도민들은 투표로 견제를 하기 시작했고 언론도 도민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도 하기 전에 국민의 힘의 승리, 민주당의 참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대선이고 지선이고 모두 국민의 힘이 잘해서 승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패배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민주당은 여전히 패배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듯하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패하면 당보다도 호남이 더 속상해한다.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고 누군가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 호남이 민주당을 살려서 정치를 하려고 하지 말고, 호남이 실망하여 지지를 포기하여도 민주당은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그리고 문재인정부 내내 무엇을 했는가? 새누리당, 신한국당이 해왔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같은 방식으로 기득권의 위치에서 낙하산 인사로 자기들끼리 챙겨주고 챙겨가며 허송세월 그리 시간을 낭비하였다. 당헌 · 당규를 바꿔가며 무원칙으로 치른 서울시장 ·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패배가 민주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고, 그 여파가 대선패배로 지선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세심하게 챙겨야 할 부동산정책에서, 가치만을 챙기려다 준비도 하지 못한 탈원전 정책들에서 무능함만 보여줬다. 강성민주당원은 당의 비판 세력에 대하여 무차별 인신공격으로 당내 소통은 먹통이 되고 당내 민주화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 누군가 자생당사라는 신조어로 민주당의 처지를 언급했다.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빗대어 한 소리지만 그냥 넘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대선이나 지선에서 당이야 망하던 흥하던 우선 나만 당선되면 된다는 자세들은 없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촛불 민심은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170석을 안겨 주었다. 당을 살리기보다 나라를 살리라고 준 칼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주저주저하며 그 칼을 제대로 한 번 휘둘러보지도 않고 이제는 내홍에 빠져있다. 무기력하게 당권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기력해도 어찌 이리 무기력해졌는가? 중앙정치는 파벌싸움만 하고, 지방정치는 시의원, 도의원을 국회의원 치맛자락에 두어 자기 성벽만 쌓고 있는 양상이니 자생당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정치개혁 없이는 민주당의 부활은 어렵다고 본다. 호남과 영남의 지방의회는 일당독주체제로 다른 지역은 거대 양당체제로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지방자치제가 실현되기 위해 지방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든지, 당 추천 없이 교육감 선거처럼 선출하는 정치개혁을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야한다. 네 탓 내탓하기에 앞서 170석을 가진 민주당이 주도하는 것이 쇄신이다. 

 우리지역도 이대로 어물쩍 피해가서는 안 된다. 자기 사람 1-가 후보 챙기기로 1-나 후보가 무소속에게 참패를 당하고, 시장은 간신히 무소속후보를 이겨놓고 승리에 도취할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봉합과 단합을 얘기한다. 물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봉합과 단합은 승자가 패자에게 관용을 베풀면서 하는 일은 아니다. 봉합과 단합은 처절한 반성과 사과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이 무소속후보에게 지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옳다. 비록 민주당후보가 당선이 되었다 해도 무소속후보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면 민주당은 민심이반이 생긴 이유에 대하여 진정으로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한다. 우리지역이 사랑하는 민주당이 지금의 난국을 다시 극복하여 더 나은 정치로 더 사랑받는 당이 되기를 바란다.
선거 기간 낸 쓴 글이 과유불급은 아니었는지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이번 글로 정치칼럼을 마무른다. 보내준 성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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