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상 자연삶연구소장 
오종상 자연삶연구소장 

엊그제 6·1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올 상반기는 선거의 격랑 속에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3·9대선이나 6·1지방선거는 선거 출마자와 지지자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주권자 개개인의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선거직 공직자가 선출되었고 7월 1일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어느 전쟁이나 전공을 세운 공신은 있기 마련이다. 왕정 시대에는 공신록을 작성해 개국공신이나 전장에서 전과를 올린 공신에게 포상했다. 전리품을 나눠주고 벼슬이나 토지를 하사했다. 우리나라는 왕정 시대가 외침(外侵)으로 종말을 고하고 대의 민주주의 정치로 전환되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공신들의 전리품 나눠 먹기 잔치이다. 
 선거 브로커가 시장 출마 예비후보자에게 접근하여 선거조직과 금전을 지원하는 대가로 당선 후 일정 지분의 인사권을 요구했다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에 전주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선거풍토를 볼 때 비단 전주시만의 일은 아니다. 
 공직을 천직으로 아는 공무원은 공직생활에서 시민에 대한 봉사와 직무의 기여도만큼의 성취감이나 명예, 승진 등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다수의 공무원은 ‘승진’을 가장 큰 보상이라고 여긴다. 
 “지방 공직사회의 꽃은 사무관”이라는 말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공무원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 사무의 전결 처리 권한이 주어지고 봉급 인상과 상여금·수당·성과금 인상, 퇴직 후 안정적으로 받게 될 연금 인상, 그 밖의 수혜가 뒤따른다. 공무원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혜택이자 유혹이다. 
 공무원의 줄 세우기 수단인 ‘부서와 팀의 서열화’는 승진 경쟁을 부추기고 인사 농단의 도구가 된다. 
 인사철이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사돈네 팔촌과 이웃사촌까지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의 연고주의에 기댄 인사청탁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인사권을 거머쥔 자와 승진하려는 자의 이해관계가 교집합을 이루면 매관매직(賣官賣職)과 인사 농단의 싹이 자란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측근들의 입김이 거세다. 
 이들이 노리는 영(0)순위 전리품은 단연 공직 인사권이다. 
 이들의 인사 농단은 공무원을 비굴하게 만들고 인사 대가로 금품수수와 이권 카르텔을 구축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위법행위가 범죄 의식 없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과거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은 시민사회는 “자칭 지방선거 공신들의 전리품 나눠 먹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직선거 후보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한 세력들이 이권 다툼을 본격화하는 시기는 당선자가 확정된 직후부터이다. 
 인사 농단은 공무원의 승진이나 채용, 보직 등의 부정 청탁으로 이루어진다. 인사 농단자들의 경쟁 또한 심하다. 어떤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느냐에 따라 얻는 정보의 질과 양이 다르고 공직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과 무게도 다르다. 
 이들의 불순한 의도대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사업의 발주, 인·허가, 승인 등이 처리되면 공정과 상식, 정의는 실종되고 지역의 행·재정적 낭비는 물론 시민의 삶의 질 저하, 사회갈등 증폭 등을 초래한다. 
 공직사회는 가두리양식장의 가마우지 신세로 전락하고 지역사회는 전진 없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인사 농단의 폐해가 고스란히 시민사회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위의 직언을 무시하고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빠져 사익을 추구하다 자신의 명예는 물론 정치적 생명조차 잃는 정치인이 종종 나타난다. 
 목민관이라면 연산군이 죽음을 무릅쓴 환관 김차선의 간언을 무시하고 간신 임사홍 부자의 손에 놀아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는 인사 농단 적폐 척결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당선자가 인사 농단 적폐를 척결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이권 카르텔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공공성 회복과 시민사회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공무원은 소신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으며, 은퇴 후에도 명예롭게 살 수 있다. 
 아직도 당선자 주변을 맴돌고 있는 측근과 지지자가 있다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단호히 원대복귀(原隊復歸) 시켜야 한다. 
 이들 역시 단체장 당선을 자부심으로 여기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을 되새겨 시민사회의 지탄받는 일이 없도록 처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예측 가능한 민생안정 대책과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어렵사리 공직에 입문한 공무원들이 인사 농단 적폐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민에 대한 봉사와 본연의 직무에 전념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선진도시 개발 연구와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인사정책을 혁신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여정의 힘찬 출발과 함께 시민이 성공하는 새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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