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땅 - 동학농민혁명 동상 건립에 부쳐

최낙운(본보 편집위원, 시인·사진작가)

들불 번져가듯 퍼져가던 님들의 얼 
기어이 보시려던 님들의 뜻
진군하던 농민군의 함성소리
오늘도 황톳재에 들려오네

언 손 언 발 녹여가며 승리의 깃발 나부끼고
언 강 언 땅 가로질러 곰나루 너머 희망 길
눈 속에 덮인 차디찬 육신, 구천을 헤매던 핏빛 영혼
목 놓아 불러도 오지 못한 님들
이제사 돌아오네
눈물겹게 반가워라 너도나도 달려가네

압제의 사슬 끊을 듯 불끈 쥔 손 저어가며
태양처럼 녹일 듯 두 눈동자 부릅뜨고
다들 달려오네, 모두 두 손 마주잡네

쓰라린 억압 용광로에 다 녹이고 녹여
고랑 같은 주름 활짝 펴고 무쇠주먹 불끈 쥐고 
살아 돌아오듯 당당하게 돌아오네
부활의 얼굴 되어 늠름하게 돌아오네

수천 낮 수만 밤 지난 세월
기어코 보려던 세상 왔는가 
황톳재 언덕에 부활의 노래 울러 퍼지듯 
그들이 성큼성큼 달려오네
압제의 굴레 다 끊어 버리고 
오롯이 평등세상 꿈꾸던 희망안고
그들이 오고 있네

수많은 넋들 스러져간 이 산 저 산
모든 영혼 깨워
아비 남편 배웅하던 아내와 어린 딸
아비 남편 손잡고 부활의 꿈 희망안고 다함께 돌아오네

새 희망 머리에 이고 지고
새 세상 이끌 아이 등에 업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 어깨에 메고
타오르는 가슴마다 참 세상 펼칠 마음길 가득 담아
다시금 바람길 되어 달려가네 
부활의 땅으로 다 같이 달려가네
어느새 녹두꽃이 다시 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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