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만석보에서 가까운 이평 석정마을의 팽나무를 정읍천변 건너편에서 석양의 노을과 같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곳의 노을 못지않게 수려하다
-사진설명만석보에서 가까운 이평 석정마을의 팽나무를 정읍천변 건너편에서 석양의 노을과 같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곳의 노을 못지않게 수려하다

장마가 물러가고 뭉게구름이 들판을 바라보며 유유히 산책하는 하늘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다. 저물어가는 들녘에서 시원한 노을바람 맞으며 푸른 벼들이 춤추는 들판을 바라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만석보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석정마을의 팽나무를 정읍천변 건너편에서 석양의 노을과 같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곳의 노을 못지않게 수려하다. 정읍천변에서 수망(물맹이)마을의 팽나무와 버드나무를 두승산과 함께 바라보는 풍경도 손색이 없다.

 우리 고장에는 이런 오래된 나무들이 마을마다 빠짐없이 적어도 한두 그루씩은 자라고 있다.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로 조상 대대로 아껴오고 보호하는 나무들이다. 이런 나무들 중에서 수령이 오래되고 수려한 나무들을 ‘보호수’라는 이름으로 우리 고장애서 지정한 나무들도 쾌 있다. 그 중에서 수령이 가장 오래된 보호수는 북면 보림리 산142에 있는 느티나무로 수령이 무려 700년이 넘었다. 우리 고장의 보호수 55곳 중에서 가장 많은 수종은 느티나무로 30여 곳이 지정되었다. 그리고 어릴 적 냇가에서 보았던 버드나무도 3곳이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팽나무도 4곳이 지정되어 있다. 비록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팽나무는 피향정의 팽나무이다. 한여름이면 연꽃 향기 찾 오는 이에게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팽나무이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찾아오는 서현사지의 배롱나무(백일홍 나무)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에도  수령이 400여년 된 부전마을의 소나무와 수령이 200여년이 된 신태인읍 우령리의 감나무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고부면 고부리와 장명동의 은행나무 그리고 교암동의 돌배나무도 자랑스럽게 보호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록 보호수는 아니어도 보기만 해도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나무들은 찾아보거나 눈여겨보면 가까운 주변에서도 언제나 볼 수 있다. 정읍세무서의 은행나무와 호남고등학교 뒷산의 포플러나무도 그런 나무 중의 하나이다. 어린 시절 신작로에 즐비하게 서있던 포플러나무는 포장도로로 확장하면서 다 사라지고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호남고등학교의 뒷담장의 포플러나무는 더 소중한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오징어게임만큼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최근에 방영된 ‘소덕동 이야기’ 편에서 촬영된 팽나무가 화젯거리이다. 소덕동의 보호수로 촬영된 팽나무는 실제로는 경남 창원시 북부리 다산면 동부마을에 있는 팽나무로 수령이 500년이 된 나무이다. 이 드라마 방영 후, 이 마을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말 드라마 ‘환혼’에 나오는 부여 성흥산성(기림성)의 사랑나무도 수령이 400년 된 보호수이다. 우리 고장에도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다. 비록 보호수는 아니지만,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나무를 뽑으라하면 석정마을의 팽나무를 뽑고 싶다. 역사적으로도 이 나무는 동학농민군이 만석보를 혁파하고 깃발을 들고 태인, 원평을 지나 전주, 공주 우금치로 가던 행군을 묵묵히 지켜본 나무이다. 여름이면 푸른 벼와 가을이면 황금들녘과 어울린 풍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눈 덮인 들녘을 바라보며 서있는 늠름한 모습은 더더욱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순백한 겨울 풍경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저 나무들과 견줄만하다.  

 비록 보호수로 지정은 되지 못했어도 마을마다 어귀에 있는 오래된 나무들은 그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나무의 역할을 할뿐더러, 언제나 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나무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횡단보도에서 사람보다 차들이 우선인 세상이다. 차들은 나무처럼 사람을 보호하지 않아도 누구나 나무보다는 소유하고 있는 차를 애지중지 아끼는 세상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차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교통법도 바뀌었다. 작년에는 내장산의 오래된 단풍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이렇듯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호하려는 노력들이 단 한 번의 일로 끝날 일은 아니다. 마을마다 그 마을을 보호하는 나무들을 사람들도 같이 보호하는 노력이 자연과 인간의 상생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여 우리 고장의 나무들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위안을 주는 나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나무를 널리 홍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글/ 사진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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