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최낙운(본보 편집위원)

엉성한 나무문 사이로 구름이 기웃거리고
지푸라기 지붕에 햇살이 잠들다가는 움막
동족상잔의 아픔만 남아
어두운 그림자만 가득 살아남아 반공훈련을 받던 반공호
그런 세상에서 살던 민족이 있다

세상은 변했다한들
태양이 아침마다 일어나 불러도 대답 없는 방
공허한 메아리만 머물다가 장대비 몰려오면
죽음의 바다 물결 넘치는 방

수십억 자랑하는 아파트 숲 이룬 도시
만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콧노래 부를 때
죽음의 강 건너가는 방이 있는 나라

어둠 가득한 좁은 방 비웃듯 햇살이 춤추고
태양 향해 비행하는 잠자리마저
철없이 창살에 머물다 가는 반지하
다시 빗방울 넘나드는 반지하

사람이 살고 있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세상
새 생명 잉태하는 꿈조차 사라져버린 반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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