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기고

거센 태풍이 몰려오려는지 구름과 바람이 심상치 않다. 벼이삭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들판이 걱정스럽다. 일 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농민들의 근심걱정이 무척 클 것 같다. 거리마다 깃발의 울음소리도 아우성치듯 심한 요동을 치며 나부끼고 있다. 깃발은 이런 태풍에도 살갗이 찢겨가듯 올이 헤져가도 끝내 버티어내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유치환 시인은 깃발이라는 시에서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했다. 깃발은 누군가의 의지나 목표 그리고 단체나 국가를 소리 없이 상징하는 간단한 도구이다. 그 깃발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누구나 국기라는 것도 알 것이다. 그래서 깃발은 소중한 것이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우리 고장에서 깃발은 최근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 문제를 야기한 일들이 있었다. 아직도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첫째는 동학농민혁명공원에 설치한 깃발공원이다. 혁명의 취지를 널리 알리는 방편으로 깃발공원을 조성하려는 기획은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의도에 맞게 제대로 추진되었다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볼썽사나운 색깔에 허접하게 보이는 깃발들로 좋은 의도는 퇴색되고 급기야는 시민들의 비판으로 철거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가슴 아픈 깃발이 되고 말았다. 의욕이 앞섰다기보다는 능력이 안 되는 업체를 선정한 결과라고 본다. 그래서 무조건 이 사업을 철회하기 보다는 좋은 의도를 살려 동학농민혁명의 취지에 맞게 다시 깃발공원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깃발을 수천 개 만들려는 것보다 단 한 개를 만들어도 상징성 있게 크고 품위 있게 조성했으면 한다.

 둘째로는 거리마다 나부끼는 노란 깃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노란 깃발들은 진도의 팽목항에도 나부끼는 깃발들처럼 세월이 흘러가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깃발들이다. 그러나 그 취지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듯 이제는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보고 울던 이들, 사고 조사에서 은폐과정을 보고 분노하던 이들이 거리의 노란 깃발이 없다 해서 그 기억을 망각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자신들만 기억하고 있다는 오만이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치르다가 1년 상으로 축소하고 이제는 장례를 치르고 나면 모든 절차가 끝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지난 장례절차가 과유불급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이리 변했다 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거리에 노란 깃발이 설치된 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제는 보는 이의 눈들이 식상해하고 불편해한다면 그것은 과유불급에 해당한다. 심지어 노란 깃발이 황토현 깃발공원에까지 나부끼고 있다. 황토현은 제주4ㆍ3평화공원과 광주5ㆍ18국립묘지처럼 국가가 지정한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이다. 모두 그 시절에 희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은 그에 맞는 추모공원이 따로 있다. 그래서 황토현에 노란 깃발이 나부끼는 것도 과유불급에 해당한다. 황토현의 깃발공원 조성취소로 허접한 깃발들이 대거 철거되는데 노란 깃발은 그대로 있다. 설치한 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공무원들이 감히 손도 못 대는 형편이다. 설치의 명분이 그 곳에 맞지 않았기에 철거의 명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시가 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 철거여부에 대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설문조사를 해서라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깃발을 설치한 단체가 스스로 철거를 하는 것이 순리이다.

 깃발이 존중받는 세상은 민의가 반영 받는 세상이다. 단체들이 시위현장에서 깃발을 흔드는 세상은 그만큼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나라이다. 세월호 노란 깃발이 우리 고장에서 7년간 거리에서 나부낀 것은 전국에서 유일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내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진 것도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언제나 4월이 오면 기억하고 추모하며 진실을 요구하고 또 할 일을 하면 된다. 이제는 할 만큼 했다고 깃발을 설치한 단체가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철거해야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서로를 다시 위로할 것이다. 그리고 결코 그 슬픔을 잊지 않겠다고 서로를 믿으며 다짐할 것이다. 7년이면 할 만큼 했다고, 맘 놓고 울었다고, 그동안 욕봤다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시민들도 단체의 맘을 헤아릴 것이다. 이제 노란 깃발을 설치한 단체가 용기를 갖고 결자해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아래의 시처럼 민주시민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 

맘 놓고 울게 하라 - 세월호 가족 광화문 집회를 보며

지는 해 바라보며 파도가 맘껏 소리쳐 울고 새들조차도 맘 놓고 운다.
강에서도 바다에서도 산에서도 들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한없이 우는 법이다.
광장은 응어리진 사람들이 모여 우는 곳이다.
울고 싶을 때까지 맘 놓고 울게 하라
새가 울고 다시 날갯짓을 하듯 울고 나야 다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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