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평 석정리 두승산이 바라다보이는 정읍천 억새밭
-사진은 이평 석정리 두승산이 바라다보이는 정읍천 억새밭

가을이 깊어가면서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가을햇살에 아름다운 자태를 화장한 여인처럼 물씬 뽐내고 있다. 차가운 바람 마시며 강변에는 하얀 억새와 노란 미국미역취꽃이 서로의 몸을 비비며 가을의 소리를 품어내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공원에는 아침이면 이슬 맺은 솔잎사이로 은은한 안개가 스쳐가고 동학군상들은 그날의 함성소리 내며 달려오듯 힘찬 기상으로 아침을 맞는다. 정읍의 오늘 가을풍경을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을은 정읍시민이라면 누구나 어깨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우리고장을 뽐내고 싶은 계절이다.
 들녘에서 황금물결 넘치는 가을이 오면 산내 구절초를 필두로 우리 고장은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외딴 산골에서 펼쳐지는 구절초축제가 우리고장의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읍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축제라고 시민 대부분 수긍을 한다. 그래도 많은 시민들은 고장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관광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방편으로 구룡동 라벤더를 향기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관광활성화를 추진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대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아쉬운 마음이다. 
  단풍이야 내장산을 능가하는 곳이 전국에서 아직까지는 없다보니 예전보다는 못하여도 많은 인파가 지금도 몰려오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몰려와도 비싼 식사비에 관광객은 관광버스에 먹거리를 싣고 와서 주차장에서 먹기 일쑤이고 비싼 숙박비에 하루 일정으로 스쳐가 버리고 만다. 내장산단풍 하나만으로는 하룻밤을 묵어가도록 관광객의 발을 묶어둘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이를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듯 아무런 대책 없이 허송세월 보낼 수는 없다. 이제는 안일하게 내장산단풍만 의존하던 관광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단풍이야 물론 내장산단풍이다. 그렇다고 예쁜 단풍이 내장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광장 앞 부무실에서 칠보로 넘어가는 칠보산 언덕길 가로수 단풍나무도 자랑할 만큼 아름답다. 그 곳에서 내장산 능선을 단풍과 함께 바라보는 풍경은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다. 20리길이 단풍나무로 심어져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추천할 만한 길이다. 물론 그 길을 가다보면 무성서원도 있다.
 북면 이문안 뒤 정읍천변에서 만석보 터까지 30리길에는 하얀 억새들이 노란 미국미역취꽃, 코스모스꽃과 어울려 한 폭의 서양화처럼 그림같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보다 더 아름다운 억새군락지가 우리고장에 있음에도 우리 시민들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붉은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억새밭과 석양의 모습은 더 황홀한 곳이다. 힘들게 올라가서 봐야하는 민둥산보다 차로 자전거로 가면 쉽고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전거도로가 잘 구비되어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은 하루 종일 열 명 조차도 안 될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관광활성화의 기본은 숨은 명소를 찾아내는 것이고 그 다음은 홍보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다. 돈을 퍼부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일보다 훨씬 수월한 일이기도 하다. 내장산단풍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덤으로 칠보산 언덕길의 단풍과 무성서원의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정읍천변의 억새풍경을 구경하고 가도록, 거기에다가 가는 김에 가까운 동학농민혁명공원까지 방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광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