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지난 폭설 후 내장저수지(위) 전경과 눈 속에 파묻힌 내장산 경내 진입로(사진 최낙운 편집위원)
-사진설명-지난 폭설 후 내장저수지(위) 전경과 눈 속에 파묻힌 내장산 경내 진입로(사진 최낙운 편집위원)

50cm가 넘게 내린 폭설로 아직도 골목마다 녹지 않은 눈으로 불편이 많은 듯하다. 예전에는 폭설로 농가의 피해도 컸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폭설로 큰 피해를 본 농가는 없는 것 같다. 긴 가뭄으로 옥정호의 담수량이 줄어 새해 농사 걱정이 많아서인지 이번 폭설이 반갑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다. 불편함이 없지 않지만 이번 폭설은 고마운 눈인가 보다. 예전에는 겨울의 정읍하면 눈이라고 할 정도로 겨울 내내 내리고 녹고를 반복하며 들판은 언제나 하얀 세상이었다. 그러나 기후온난화로 예전만큼 눈이 내리지 않아 ‘눈 축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번 눈으로 인근 도시에서 내장산 설경을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적지 않아 만나는 사람들마다 반갑기 그지없었다. 

 계묘년 새해가 토끼처럼 껑충 달려왔다. 먼저 새해에는 우리 고장에 더 밝은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최근에는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고 모든 경제지표가 빨간불이다. 안타깝게도 내장산 단풍 관광객 수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봄이면 벚꽃으로, 가을이면 구절초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애를 써 보아도 우리 고장의 경제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 이제는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정책보다는 언제나 찾아오고 싶은 관광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고장의 특색을 찾아 우리의 색깔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언제나 찾아오지 않을까?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는 동학혁명의 성지가 정읍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토현의 동학농민혁명공원에는 민망하고 창피하게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 도대체 동학농민혁명재단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잡초만이 무성하고 썰렁하기만 하다. 이렇게 운영하면서 정읍이 동학농민혁명의 성지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제주4.3평화재단이 운영하는 제주4.3평화공원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제주4.3을 홍보하기 위해 무슨 일들을 하는 지를 훤히 알 수 있다. 직접 제주에 가서 제주4.3평화공원에 가보면 볼거리가 많고 보고 느끼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해부터는 황토현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정읍시와 더불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같은 놀이기구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바보 같은 일들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장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설치하고 나면 찾아오는 사람 없이 관리비용만 축내는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색 없이 생기는 시설물은 여기나 저기나 있기에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가 볼 곳이 많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단풍하면 정읍이다. 단풍이 우리 고장의 가을 색깔이다. 정읍의 관문인 정읍역 광장에 아름드리 단풍나무 숲을 조성하여 가을이 오면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을 만들어 보자. 지나가다가도 한 번쯤은 내려서 쉬었다가고 싶은 곳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더불어 시내 공원마다 단풍공원을 만들어 우리 고장을 명실상부 단풍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내장산에 가면 단풍이 많은데 굳이 더 심어야하느냐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단풍나무 숲이 가는 곳곳마다 많을수록 더 머물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느 고장처럼 정읍도 골목마다 벽화를 그려 마을 살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색다른 벽화가 아니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북면의 ‘어린 왕자’ 벽화처럼 작품성이 돋보이는 벽화들로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 고장을 알리는 시화를 벽화로 만들고 마을 정거장마다 마을의 특색을 살리는 벽화가 조성되면 정거장투어도 가능할 것이다. 지저분하고 일률적인 거리의 간판들도 예술성을 살려 누구나 그 골목을 보고 싶게끔 해야 한다. 스페인의 하얀 마을의 골목을 수많은 세계인들이 찾아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리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우리를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고장의 색깔에도 맞지 않는 ‘소 힘겨루기 대회’를 동물학대라는 비판 속에서도 강행하는 행정을 보면 시민들이 웃을 일이 아니라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이런 행사로 정읍을 찾을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차라리 정읍의 겨울상징인 ‘눈 축제’를 장담할 수 없어 ‘얼음 축제’라도 해보겠다는 의지가 차라리 낫다고 본다. 새해에는 우리 고장에 맞게 우리 색깔을 찾아내는 일들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갈구한다. (최낙운 본보 편집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저작권자 © 정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