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운 본보편집위원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한파도 심하고 눈도 제법 많이 오기도 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가뭄이 다소나마 해갈되었다는 것이다. 바닥이 드러난 내장저수지에 가보면 물결이 살랑살랑 치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필자만의 마음이 아닐 것이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 경칩이 다가오고 있다. 머지않아 봄이 오면 황토현은 국가기념일 준비로 따스한 봄바람이 분주하게 불어올 것이다. 
  국가기념일 행사에 앞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 물어보고자 한다.  제주4·3평화공원과 광주5·18국립묘지처럼 국가가 지정한 황토현 전적지는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이 구역에 풀 한 포기조차 나무 한그루조차 마음대로 심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대신하여 관리하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허가도 없이 버젓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깃발이 황토현에까지 나부끼고 있다. 황토현에 노란 깃발이 나부끼는 것은 과유불급에 해당된다고 필자는 예전에 이 지면을 통해 의견을 밝힌 바가 있고 빠른 철거를 주장하였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자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설치의 명분이 그 곳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깃발을 설치한 단체가 스스로 철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동학농민혁명공원은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이기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취지에 맞게 올바르게 관리해야 한다. 다시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이 공원을 훼손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옳지 못한 일을 한 번 허용하면 다들 자기들도 그리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곳에서 다른 일로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이 곳에서 추모공간을 만들고 행사를 하겠다고 우기면 어찌할 것인가? 세월호 추모공간은 정읍시가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기념재단이 단호하게 철거명령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한, 앞으로는 기념공원 안에서의 모든 행사는 기념재단의 허가 하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공원 주변 축사의 악취공해로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와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 기념공원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방문할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면 관람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적이 없다. 조형물 근처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여전히 악취는 바람을 타고 몸에 베어오기만 한다. 또한 수백억을 들여 조성한 공원은 볼거리가 특별한 것도 없다. 조형물의 이름이나 작품의 해설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제주 4·3평화공원과 비교하면 창피함을 느낄 정도이다. 제주 4·3평화공원은 들어서면 제주 4·3의 상징이 된 동백꽃 조형물이 먼저 인사를 한다. 동백꽃 조형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오고 숙연해진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의 입구에는 ‘사발통문’이라는 조형물이 반갑게 반겨주지만 그리 쉽사리 감동이 오지 않는다. 조형물이 둘러싼 대지에는 쓰러져간 농민군처럼 축 처진 잡풀들만 무성할 뿐이다. 이렇게 관리를 하니까 누가 와서 어느 단체가 와서 도둑고양이처럼 시설물을 설치하고 가도 있는지 없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제주4·3은 동백꽃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의 상징은 무엇인가? 뚜렷하게 자신 있게 내세울 것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공모전을 해서 정해야 할 것이다. ‘체 게바라’의 사진처럼 전봉준장군의 초상화를 상징으로 삼아 기념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홍보물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기념공원 중앙에는 태극기를 걸 듯 상징적인 깃발을 크게 세워 기념공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공원,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공원이 되면 찾는 이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관람객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으니 줄어들 사람도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지 않으면 오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함에도 그냥 손 놓고 구경하듯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미안한 표현이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세계화’는 거창하게 외치면서 실제로는 내실이 없으니 그 구호는 허구일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발 내실 있는 관리로 기념공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소리가 황토현에 메아리치는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들의 얼이 우리들에게 자랑스럽듯이 그들에게 기념공원이 자랑스러워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올바른 관리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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