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철 (전 정읍시청 국장)

 2006년 가을에 직장 연수 동료들과 스페인 ‘그라나다’도시에 위치한 ‘알람브라’ 궁전을 구경하러 갔었다. 이슬람의 왕이 살았던 궁전입구에서부터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기타(Guitar)로 친 곡인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이란  곡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곡은 1896년도에 스페인의 위대한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작곡하였다. 세 손가락으로 연속적으로 치는 ‘트레몰로’주법으로 유명한 기타곡으로 알려져 있다. 13-4세기에 이름부터 ‘붉은 색’의 뜻을 지닌 화려하고 영화롭던 ‘알람브라’ 궁전에서 있었던 이슬람과 가톨릭간의 갈등과 교차를 기타선율이 애잔함과 슬픔으로 애틋하게 떠오르게 하였다.  
 이렇게 애틋한 선율이 연주되는 기타의 유래는 BC3000년경부터 고대이집트, 아라비아지역 등의 고분과 벽화에서 나타나듯이 고대발현악기로써 추정되고 있다. ‘Guitar’라는 이름도 고대 그리스시대의 ‘키타라(kithara)’라는 악기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기타는 15세기경부터 주요악기로 인정받기 시작하여, 18세기에 들어서 6현의 근대 기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오늘날의 기타를 확립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스페인의 기타제작자인 ‘안토니오 토레스 후라도’에 의하여 현대 기타의 원형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기타는 누구나 주변에서 아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악기이며, 기타만큼 만만하고 편하게 접근 가능한 악기도 드물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영역은 무한하다 할 만큼 넓다는 것이 기타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음악의 악성(樂聖)이라 불리는 ‘베토벤’은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기타는 연주하는 방법에 따라 클래식기타, 포크기타, 재즈기타로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클래식기타는 나일론줄을 사용하고 포크기타는 흔히 통기타라고 말하고 금속줄을 사용한다. 재즈기타는 전자기타를 사용하여 블루스, 록큰롤, 헤비메탈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연주한다.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들은 기타를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대하면서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방식으로 어루만지고, 때로는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기타를 치기도 한다.
 내가 기타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기타동아리모임에 가입을 하면서 부터이다. 사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가 클래식기타를 갖고 연주하는 것을 보고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친구가 같은 대학교에 들어와서 위 동아리모임을 주도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나도 모임에 들어가서 이 친구에게 열심히 기타를 배웠던 것이다. 그때 클래식기타를 배우기 위하여 오른손 손가락 손톱을 길게 길렀던 것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기타의 기본코드라는 D코드가 가장 쉬운 코드이면서 가장 영롱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코드라는 것도 배웠다. 나이가 들어 새롭게 다시 기타를 붙잡고 줄을 튕기면서 곡을 칠 때마다 깨닫게 되는 것은 나의 뜻대로 기타를 잘 치지 못 할 때는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유명한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는 것을 듣고 즐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기타를 어루만지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듣는 기타리스트는 미국의 기타연주가인 짐 그리닝거(Jim Greenger)이다. 유튜브(YouTube)로 그가 기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은 섬세하면서도 손맛이 특유하게 느껴지는 기타소리가 더욱 매혹적인 느낌을 받게 한다. 그는 정통 클래식 연주가이면서 나중에는 재즈, 가스펠, 컨트리음악 등을 두루 섭렵한 크로스오버 연주가로 알려져 있다.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의 바디(Body)부분을 가슴에 밀착시키고 양팔을 벌려 기타를 안아야 한다. 수많은 악기 중에서 우리 인간의 몸으로 부둥켜안고 연주를 하기에 어떤 악기보다 기타는 인간적인 악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같은 현악기라 하지만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은 활이나 건반을 통하여 간접적인 도구로 통하여 음을 내는 것에 비하여 기타는 직접 사람손가락으로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낸다. 그래서 기타는 더욱 인간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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