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요섭 변호사 
심요섭 변호사 

1. 방 안의 코끼리

'방 안의 코끼리’ (elephant in the room)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크고 무거운 문제를 코끼리에 비유한 표현으로, 어떤 사실이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덮어두고 언급하길 꺼리는 상황을 말합니다. 
‘코끼리 한 마리’가 정읍시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저출산 (저출생)과 고령화 (초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 정읍시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무서운 ‘코끼리 한 마리’가 정읍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입니다. 
가혹한 일이지만, 저출산과 4차 산업혁명은 농촌형 소도시인 정읍시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읍시가 자포자기 수수방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무기력하게 당해서는 안 됩니다. 뭔가 몸부림이라도 쳐봐야 합니다.

2. 저출산 난제에 대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 출산율 쇼크

어느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출산율과 인구분포 등은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말 기준 사상 최초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Dead-Cross) 현상을 겪으면서,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는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로 추락했습니다. 현 수준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수준은 2.1명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출산율 쇼크’가 닥쳤습니다. 인류 역사상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고령화가 증가하는 사례는 전무(全無)합니다. 

나. 정부 정책

저출산 (초저출산) · 고령화 (초고령화)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고, 「저출산 · 고령사회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2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인구감소 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서, 정읍시는 인구감소 지역 대응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으며(제9조), 실태조사 및 계획 수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제34조). 

다. 심각한 소멸 위기

우리나라가 지난 수십 년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문제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백약이 무효인 것 같습니다. 저출산은 미래 경제, 미래 교육, 미래 안보 등 제반 분야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가 소멸 위기를 거론할 정도입니다. 
농촌형 소도시인 정읍시는 약 230개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심각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실 정읍시는 지난 40년간 인구가 1/3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특히 학령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 어린이집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 학교가 줄줄이 폐교 (폐원)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정읍시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좌초당한 배에 탄 사람이 살아나려면, 배에서 탈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붕괴될 정읍시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야 할까요? 다른 기초 자치단체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암 1기를 맞이한 환자와 가족들은 비상조치 단계에 들어갑니다. 환자는 살기 위하여 암덩어리 제거 수술 및 항암치료, 음식관리, 적절한 운동 등을 철저하게 실천합니다. 정읍시는 소멸 위기 1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수십 년 후에는 소멸 위기 2단계, 3단계, 4단계로 악화되어서, 끝내는 정읍지역공동체가 붕괴될 게 불을 보듯 훤히 내다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 첫 번째 제안 :‘정읍 종말 시계’

저출산 난제에 대하여 국가도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필자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한숨을 쉬며 자포자기 수수방관해도 될까요? 우리가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읍시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요?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아니 됩니다. 정읍시가 비상상황을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미래 후손들에 대한 직무유기행위이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필자는 제안합니다. 정읍시가 시청 정문에 가칭 ‘정읍 종말 시계’ 또는 ‘운명의 날 시계’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정읍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이 시계를 볼 때마다, 위기의식 경각심을 느껴야 합니다.

‘정읍 종말 시계’는 ‘지구 종말 시계’ 또는 ‘운명의 날 시계’ (The Doomsday Clock)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지구 종말 시계’는 핵무기 또는 기후 변화로 얼마나 인류 문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릴 목적으로 제작된 시계입니다. 이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면, 지구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지구 온난화 등으로 현재 자정 90초 전입니다. 
정읍시가 지난 수십 년간 인구감소 추세로 미래를 예측할 때, ‘정읍 종말 시계’가 자정 쪽으로 재깍재깍 가까워지고 있음이 명백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읍시가 시계바늘을 몇 시 몇 분 몇 초에 설정해야 할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요 변수들을 선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고, 계량화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요 변수로는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인구 감소, 고령화, 산업사회 변화, 문화자산 평가, 4차 산업혁명 준비성, 환경 문제 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 더 무서운‘코끼리 한 마리’

설상가상으로, 더욱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빠르면 수년 내에, 늦어도 수십 년 내에 정읍시를 덮치려고 다가오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AI :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이 혁명의 물결은 정읍시의 모든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타깝게도 정읍시민은 거의 모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나. 4차 산업혁명의 양면성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이 일으켰으며,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가 일으켰으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일으켰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유전자 기술, 나노 기술 등이 일으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갈수록 강력해지며, 인류의 모든 분야와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홍수처럼 공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픈 AI (Open AI)가 한 달 전에 공개한 챗GPT (ChatGPT) 4세대는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그 분야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 구글 (Google)도 수일 전에 챗봇 바드 (Bard)를 공개하면서 챗봇 바드가 Open AI의 챗GPT를 능가한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대규모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을 장착하여 자연어를 처리합니다. 현재 어린아이 걸음마 단계라는데도 놀라운 성능입니다. 성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미루어 볼 때에, 청소년기에 다다르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 이상이 될 것입니다. 
유토피아적인 낙관론자는 4차 산업혁명이 가난, 질병,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디스토피아적인 비관론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상실, 킬러 로봇, 생명 윤리 파괴 등으로 인하여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비관론자는 인공지능이 수십 년 내에 ‘기술적 특이점 (Singularity)’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핵무기보다 위험하고 사탄을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비관론자뿐만 아니라 낙관론자도 윤리적 법적 기준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 현재를 창조하는 미래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미래를 창조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미국 구글 (Google)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Thomas Frey)는 “미래가 현재를 창조한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오늘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비전입니다. 그는 모든 인간의 역사보다 향후 20년 동안 더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최우선 순위가 아닌 절대적인 필수 요건이라고 주장합니다.

라. 교육혁명의 필요성

우리가 저출산 문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읍시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요?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전문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국가에도  버거운 과제인데, 필자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주장할 게 있습니다. 바로 ‘교육혁명’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는 교육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험난한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민주화와 산업화를 달성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었습니다. 
가진 게 사람밖에 없었던 나라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이스라엘, 대한민국입니다. 작은 섬나라인 600만 명의 싱가포르, 그리고 경상도만 한 930만 명의 이스라엘은 사람 자체를 사실상 유일한 자원으로 여기고, 교육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서, 강소국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고, 세계 6위 군사력을 갖게 된 데에는, 평준화 교육으로 정형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방식은 지식 정보사회를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마. 두 번째 제안 : 교육혁명

「제3의 물결」 저자인 엘빈 토플러는 한국 교육에 대하여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미래에 필요하지 않는 지식,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허비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를 이끌려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이 지식 정보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획일화된 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에서 창의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창의교육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창의적인 한류 (韓流, K-Culture)가 세계적으로 유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읍시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창의교육의 싹을 키울 수 있을까요?

첫째로, 주입식 암기식 방식에서 질문식 토론식 체험식 방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주입식 암기식 능력은 더 이상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질문식 토론식 체험식 방법으로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자율적인 능력을 기르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겠지만, 이것이 있어야 호기심의 싹을 키우고,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질문과 심층 질문으로 발전하여,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악의적 딥페이크 (deepfake)로서 가짜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번질 텐데, 이것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요? 딥페이크 동영상은 정치적 의도, 위험한 범죄, 성적 유혹 등을 목적으로 제작 유포될 텐데,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는 성품을 길러야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창의성은 한때 인간의 전유물처럼 생각했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특화된 인공지능은 창의적인 그림도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도 작곡하고, 감동적인 소설과 시도 창작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희망하는 내용들을 조건으로 명령 (prompt) 하면, 인공지능이 놀라운 창작물을 만들어냅니다.

둘째로, 각자가 적절한 지능을 계발해야 합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미국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로서 다중지능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이란 인간의 지능은 단순한 지적 능력이 아닌 여러 가지 다양한 지능으로 구성되어 상호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지능만을 위한 교육의 경우에도 개인이 가지는 독특한 지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방법을 다양하게 추구하여야 합니다. 그는 인간이 8가지 지능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열거하면, ① 언어지능, ② 논리수학지능, ③ 신체운동지능, ④ 음악지능, ⑤ 공간지능, ⑥ 자연지능, ⑦ 가기성찰지능, ⑧ 인간친화지능 등입니다.
이를 위하여 특히 교육 관계자들이 이해하고 협력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어린이 학생들이 여러 가지 공간과 환경에서 다양한 체험활동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어린이 학생들이 공감 능력, 소통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어린이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보전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셋째로, 미래 직업에 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미래에는 과학기술의 초양극화, 빈부격차의 초양극화가 예상됩니다.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이 수년 내 또는 수십 년 내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리서치 전문 기업 가트너는 현재 직업의 1/3이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로봇)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직업이 생깁니다. 모두 생소합니다. 새로운 직업은 대부분 고도 전문분야라서, 일반 직업훈련 교육으로는 배우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9년에 「4차 산업혁명 시대, 내 직업 찾기」 가이드북을 발간했습니다. 가이드북은 미래 유망 직업으로 15개 직업군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열거하면, ① 사물인터넷 전문가, ② 인공지능 전문가, ③ 빅데이터 전문가, ④ 가상현실, 증강현실 전문가, ⑤ 생명과학 연구원, ⑥ 정보보호 전문가, ⑦ 로봇공학자, ⑧ 자율주행차 전문가, ⑨ 스마트팜 전문가, ⑩ 환경공학자, ⑪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가, ⑫ 3D 프린팅 전문가, ⑬ 드론 전문가, ⑭ 소프트웨어 개발자, ⑮ 신 · 재생 에너지 전문가 등입니다.
서울대학교 유기윤 교수 연구진은 「미래도시 연구보고서」에서 2090년에 미래 도시의 시민들이 4개 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매일경제 2017. 10. 23. 자 기사 : 「AI 권력이 ‘초양극화사회’를 만든다」). 
미래사회는 ① 현재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공룡 플랫폼 기업 소유주 (IT 공룡기업 0.001%), ② 일부 정치 엘리트, 예체능 스타, 그리고 소수의 창의적 전문가들이 속한 플랫폼 스타 (0.002%), ③ 법인격을 가진 인공지성, ④ 미래 정보형 기업에 접속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프레카리아트 (precariat 99.997%)로 구성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진의 발표는 70년 후의 일이지만, 정말 충격적입니다. 이 연구진은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통계, 글로벌 컨설팅사의 시장 분석 보고서, 미래학자들의 논문 등 수천 건의 자료와 함께 플랫폼, 인공지능, 가상현실, 지능 센서, 양자 컴퓨팅 등을 변수로 입력해 분석작업을 했습니다.
이 연구진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종사하는 노동의 값어치가 낮아져 대부분의 시민들이 빈곤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연구진은 “인공지성은 205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프레카리아트에 속한 시민들이 거세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필자는 미래에는 직업군을 3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예측해 봅니다. ① 인공지능 개발자 (IT 공룡기업)는 범용적인 인공지능 또는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할 것입니다. 이 자는 아마도 최상위 0.01%의 천재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부(富)를 차지할 것입니다. ② 이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인공지능 사용자로서 활동할 것입니다. 이 자는 아마도 상위 20%의 우수자로서 중산층을 이룰 것입니다. ③ 나머지 80%는 개발자도 아니고 사용자도 아닌 상태로 하위층을 형성할 것입니다. 이들은 저임금 · 저숙련의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인 ‘프레카리아트’ (precariat)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새로운 위험 계급’ (new dangerous class)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본소득’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갈 것입니다. 대부분 정읍시민이 수십 년 후에는 프레카리아트로 살 것 같아 두렵습니다. 

넷째로, 우수한 인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하는 분야에 비전을 품어야 합니다.

오픈 AI (Open AI)의 인공지능 ‘알파고 (AlphaGo)가 2016년에 이세돌 바둑 기사 9단을 상대로 4 : 1로 압승한 후,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서 코딩 배우기 열풍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닌 대학입시를 주된 목적이라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정읍시와 학교와 학부모는 의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머지않는 시기에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일자리에서 인간을 대체할 것입니다. 다양한 인공지능은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고도의 지적 활동 영역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경쟁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크게 밀려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부가 인간이 창출하는 부를 압도할 것입니다. 인간이 ‘전자 인간’과 공존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가져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 인기몰이를 하다가 시들어졌습니다. 현재는 이른바 ‘기승전의’ (起承轉醫)라는 ‘의대 몰빵’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4차 산업혁명의 대세를 역행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전문능력을 기르고 스타트업에 도전해야, 미래의 희망을 살릴 수 있습니다.  
미래 인재가 범용적으로나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하든지, 인공지능을 파트너로 삼아서 전문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가 적절한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정읍시도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4. 세 번째 제안 :‘정읍 가디언 정책’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공상 과학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2029년 핵 전쟁으로 지구를 파멸시킨 후, 생존 인간들이 킬러 로봇 군단에 맞서서 저항하자, 킬러 로봇이 1984년으로 가서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가 태어나지 못하게 그 어머니 (사라 코너)를 살해하려고 합니다. 저항군도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하여 수호자 (guardian)를 동일한 과거로 급파합니다. 이렇게 해서 스릴 넘치는 영화가 진행됩니다.
필자는 상상해 봅니다. 20년 후, 또는 50년 후의 정읍시장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다면, 현재의 정읍시장과 교사와 부모에게 무슨 충고를 해줄까요? 그분은 이른바 ‘정읍 가디언 정책’으로써 4가지를 말해줄 것 같습니다. 필자의 상상력으로 그분의 충고를 전달하겠습니다. 

첫째로, 정읍시가 가칭 ‘정읍 가디언즈’를 조직하라.

미래예측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전문가, 특히 인공지능 전문가와 미래학자를 정례적으로 초청해서 강의를 들어라. 정읍시가 주도하되, 교육 관계자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가칭 ‘정읍 가디언즈’ (정읍 Guardians)를 조직하라. 일종의 정읍 미래전략기획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팀이 주관하여 공동세미나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라. 

미래의 관점에서 볼 때에, 현재 정읍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래 자산인 어린이 학생이 사라지는 추세는 정읍 공동체가 붕괴되는 심각한 위기 경고신호이다. 그런데 정읍시의 인재풀 (人材 pool)이 빈약한데다, 공무원이 관료주의에 젖어있다. 그 공무원을 변화시키며 능력을 제고하는 것은 쉬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변해야 정읍시가 살 수 있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변해야 교육이 살 수 있다.

둘째로, 정읍시가 매년 통계 보고서를 작성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라.

수십 년간의 주요 변화를 모두 포함하라. 특히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인구 감소, 고령화 추세 등을 포함시켜라. 현재는 과거와 대화해야 한다.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이 역설적으로 말한 것을 기억하라. “역사는 우리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준다.” 왜 정읍시가 과거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느냐? 나아가 현재 실정은 미래 비전과도 대화해야 한다.
그깟 소소한 예산 좀 따왔다고 현수막을 내걸지 마라. 더 큰 지방자치단체가 따낸 예산보다 훨씬 적은 데다, 실상 대부분 기대 효과도 별로 없다. 오히려 실패하고 시행착오한 정책, 기대와 달리 효과가 미약한 사업,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와 패턴을 냉정하게 평가하라. 그리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소멸 붕괴의 위험신호를 숨기려고 해서는 아니 된다. 직시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로, 정읍시가 가칭 ‘슈퍼히어로즈’를 조직하여 교육혁명을 일으켜
        일당십 (一當十)의 능력을 키워줘라.

정읍시가 인구 늘리기 정책과 인구 감소 방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효과가 미약하다. 정읍시가 타 지역보다 경제력, 정보력 등이 열악해져서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적은 수의 어린이 학생들일지라도 일당십의 능력을 기르는 게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향이다. 교육을 살려서 젊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살려야 한다. 다문화 가정의 약점을 보살펴주고, 장점 (다문화 경험, 이중언어능력 등)을 최대한 살려줘라. 꿈과 희망을 확산시켜라. 
어린이 청소년이 맞이할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육 관계자는 교육혁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공감해야 한다. 정읍시 집행부와 교육 관계자가 가칭 ‘슈퍼히어로즈’ (Super Heroes)를 조직하라. 뇌과학에 근거한 교육 방법 · 학습 방법 (공부 방법)을 연구 · 실천하여, 교육 · 학습의 효과 · 효율을 극대화해라. 이를 위하여 공동세미나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라. 단순히 보고 듣는 수동적인 공부 방법보다 토론하고 직접 조작하고 체험하는 능동적인 학습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교과 과목의 한계를 넘어서서 융합 통합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행 입시 위주 교육에서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방향이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넷째로, 정읍시가 농축산업을 혁신시켜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이것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유명한 슬로건이다. 
정읍시 경제 활성화는 교육혁명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나라 청년을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 부르는데, 현재 청년은 해방 이후에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 사는 비극적 세대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라는 걸 명심하라. 애향심이라는 감성적 구호로는 효과가 별로 없다. 정읍시가 태어난 고향인지 살아온 제2고향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은 자녀를 수도권 등 대도시로 떠나보내고, 자신이 정읍시에 산다고 고향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이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정읍시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열린 마음으로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 방안이 뭐가 있는지,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정읍시에서 4계절 체류형 관광개발은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우려먹는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과거가 증명하고 있다. 정읍시의 첨단산업단지는 미래경제의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연계산업이 활성화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라.
앞으로 농업과 축산업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농축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쉽게 해결되지 아니하여, 농축산업에도 악영향을 준다. 스마트팜 (smart farm)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스마트팜이 전통적인 농축산업에 변화를 줄 텐데, 이에 대한 준비와 활용이 필요하다. 

5. 희망의 도전

정읍시는 저출산으로 인하여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까지 겪게 될 것입니다. 악순환 구조를 깨뜨리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멸 위기의 정읍시가 상위 10%의 수준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려면, 나머지 90%의 지방자치단체와 다르게 창의적으로 혁신 · 개혁해야 합니다. 
정읍시가 정읍시 종말 시계 (운명의 날 시계)를 설치하고, 정읍 가디언즈를 가동하고, 암울한 통계 보고서를 과감히 공개하고, 정읍교육 슈퍼히어로즈를 조직하여 교육혁명으로 일당십의 인재를 양성하고, 농축산업 혁신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러면 희망의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읍시가 시민들뿐만 아니라 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희망을 주겠다는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정읍시민이 현재의 정읍시민에게 간절히 원합니다. 정읍시 집행부와 의회, 교육 관계자,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서 용기 있게 도전해야 합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바와 같이, 난제에 맞서서 창조적으로 응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정읍시 집행부와 의회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례나 규칙을 제정하면 좋겠습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희망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현재의 정읍이 그렇게 해야 미래의 정읍 공동체가 존속할 것입니다. 
일리노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나이 많다. 그러나 오늘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가장 젊다.” 그래서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는 우리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읍시는 지난 수십 년간 성공과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빅데이터’ (big data)라는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정읍시는 미래의 관점에서 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하고 도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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