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야정 총무 팔금 곽창원
필야정 총무 팔금 곽창원

-기고
 활은 조선말엽까지 국가의 주력무기이자 전투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임금의 체력단련과 무관들의 무과시험에 활용되었다. 구한말에는 고종황제의 특명으로 무예단련 및 활쏘기 장려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황학정이라는 활터를 세우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활터는 전국 각지의 현청에 세워져서 관청 주관으로 각종 행사에서 활쏘기를 겨루는 장소로 사용되어 왔으며 국가에서도 활쏘기를 장려하였다.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는 활과 화살, 깍지 이외에 어떠한 부속품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몸의 힘으로 145미터 떨어진 과녁에 명중시키는 무예이자 스포츠이다. 이런 면에서 단거리(30m~90m) 중심의 가늠자, 조준기, 스테빌라이저를 사용하는 양궁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활은 형태에 따라 정량궁(무과시험용), 예궁(향음주례시 사용), 목궁(전투와 수렵에 사용), 철궁(전투용), 철태궁(전투와 수렵에 사용), 동개활(말을 타고 쏘는 활), 각궁(전투, 수렵, 운동용) 등이 있다.  이중 지금까지 수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전통 활인 각궁(角弓)이다. 각궁은 대나무, 산뽕나무, 참나무, 소심줄, 물소뿔을 민어 부레풀을 이용해 접착한다. 여기에 자작나무 껍질로 화피를 만들어 쇠심줄을 보호하기 위해 활을 감싸서 만드는 복합궁이다.

 활쏘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된 전통무예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궁도협회에 등록된 활터는 전국에 394개가 있으며, 활쏘기 인구는 축구, 배드민턴, 태권도, 야구에 이어 등록선수가 9,674명(2023년 스포츠지원포탈)으로 5위에 랭크하고 있다. 활쏘기는 격렬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고도의 정신수양을 필요로 하는 신체활동의 수직적이며 수평적 운동이다. 또한, 초등학생부터 90세에 이르는 노궁사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전통 스포츠이다. 필야정에도 89세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활쏘기를 하는 궁사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험생들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활쏘기의 실력향상 및 대중화를 위해 궁도협회에서는 9번의 승단대회를 치루고 있으며, 지자체별로도 전국단위 궁도대회를 매년 60회 정도 개최하고 있다.

 우리 정읍에도 활쏘기 장소가 2곳 있는데 정읍체육공원 내에 필야정이 있고 태인면에는 함벽정이 있으며 100여명의 궁사들이 활쏘기를 하고 있다. 함벽정은 1543년 태인현에 신잠 현감이 부임하면서 처음 설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918년에 다시 설립되어 지금까지 활쏘기의 명소로 사용되고 있다. 필야정은 동학농민혁명운동의 끝자락인 1896년에 설립되었으며, 그 위치가 시기동, 수성동, 상평동을 거쳐 칠정마을 건너편인 현재의 위치까지 5번에 걸쳐 이전하였다. 그리고 필야정은 강경 덕유정, 군산 진남정, 익산 건덕정, 익산 송백정, 김제 홍심정, 부안 심고정 등과 함께 1933년에 창립한 역사가 깊은 호남칠정궁술회의 회원이고, 지난 3월에 정읍 필야정에서 개최된 호남칠정궁술경기까지 162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1936년에 작성된 활쏘기 기록지인 필야정 시지(試紙)는 역사와 기록이라는 중요한 의미에서 등록문화재 제502호로 지정되어 정읍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에는 제129주년 동학농민혁명기념 정읍시장기 전국 남녀 궁도대회가 전국 1,500여명의 궁사들이 참가하여 3일간 정읍 필야정에서 진행된다.

 활쏘기는 전통문화 계승자로서의 자긍심, 몸통의 수평과 수직의 코어를 형성하는 조화로운 신체활동, 145m의 과녁을 맞추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 활의 줌통과 현을 밀고 당기는 작용·반작용의 원리, 활을 밀고 당기면서 행하는 호흡법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소중한 스포츠이다. 팔과 등 근육을 단련하고 신체의 중심을 되찾는 활쏘기는 어린아이부터 90대의 노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국민스포츠이자 최고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활쏘기는 화살이라는 무기를 다루는 스포츠이므로 자기 몸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쏘기를 하기 전에 자세 형성(궁체)을 위한 기본자세 교육이 필요하다. 필야정에서는 활쏘기에 대한 시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사두(射頭)를 비롯한 임원진과 사범(師範)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필야정 063-533-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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