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지를 공원처럼 관리하면 안되나, 외면하는 사적지보단 나아” 불만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의 최초·최대 전승지인 황토현전적의 가치를 부각하고 그 상징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사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번 종합정비계획은 지난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과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상(群像)’ 완공 이후 황토현 내 공간구성의 부조화가 발생됨에 따라 두 지역의 연계 방안을 수립하고, 동학농민혁명 최초 전승지 의미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으로 추진됐다.
황토현전적이 지닌 유적지로서의 가치를 극대화 하고, 유교식 추모 공간 기능을 탈피해 전승지로서의 혁명적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도록 재구성하기 위해 준비됐다.
특히 전문적인 분석과 면밀한 검토를 통해 황토현전적의 단기(2년)·중기(5년)·장기(10년) 정비계획을 수립해 전적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문화콘텐츠 자원을 확보해 정읍이 동학농민혁명 중심 도시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8일 열린 보고회에는 이학수 시장을 비롯해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장·위원, 정읍 동학농민혁명정신 선양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읍시는 황토현 전적 사적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의 과업으로 △황토현 전적은 동학농민군이 전라감영군과 싸워 승리한 역사의 현장이지만 승리의 메시지를 부각하는 기념시설이 아닌 유교식 추모공간으로 조성되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점. △동학농민군 최초·최대 승리를 부각할 수 있는 전승지로서의 공간 구성. △황토현 전적에는 1963년 세운 갑오동학혁명기념탑과 1987년 조성한 황토현 전적, 2022년 조성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등으로 공간이 확대되면서 공간의 부조화 발생. △농민혁명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구성과 혼란스러운 동선 정비 필요. △구 기념관(1983년) 및 제민당(1987년) 등은 시설의 노후화로 본래 기능이 상실되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종합정비계획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용역을 맡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백진 교수는 이날 중간보고회에서 정읍시가 추진행 구간 자문회의 주요 쟁점사항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종합정비계획 방향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주요 제안 내용으로는 △전승지 본연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경관 조성과 건물배치 마련 △동학농민혁명 최초·최대의 승리를 부각할 수 있는 상징성 강화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상’을 전적지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 △황토현전적과 정읍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연계 방안 마련 등이다.
용역사가 제안한 종합정비계획안은 총 3건이었다.
대안1은 현황을 유지하는 안, 2안은 ‘열주광장’으로, 현재 조각 위치를 유지하고 일부 변형하여 전체 공간 구성과 조화롭게 만들고, 양측 열주량을 중심으로 중앙광장 형성, 빛과 불꽃 등을 통해 경관을 연출하는 안, 3안은 ‘횃불의 언덕’으로 ‘불멸의 바람길’ 조각상과 함께 걸어가는 체험 중심의 적극적 조각 재배치와 조각 위치 변경으로 전체 사업 대상지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열주 설치로 기념 강조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는 안이었다.
▷황토현전적과 기념공원의 공간 재구성과 연계 방향에 대한 용역 결과를 두고 열린 토론에서는 문화재청 자문위원과 정읍시 자문위원간 이견이 표출됐다.
문화재청 소속 자문위원들은 “정읍시가 기존에 있는 시설인 구민사와 담장 등을 철거후 공간을 정비하겠다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식의 사적 정비방안은 문제가 있다. 점차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설물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정읍시 자문위원들은 황토현을 최초 전승지의 의미에 걸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건물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국가기념공원과 중복되는 점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적’이지만 공원처럼 관리하면 많은 탐방객들이 찾게 될 것이라며, 용역사에서 제시한 사례는 설명을 위해 다소 과한 점이 있지만 변화를 통해 전승지의 가치 부각과 상징성을 찾고 동학농민혁명 대표 발원지가 갖는 볼거리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학수 시장은 용역보고 및 토론에 앞서 “이번 용역을 바탕으로 전적지와 기념공원이 조화롭게 구성돼 정읍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으면 한다”면서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자 중심 도시다. 핵심 유적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한 만큼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통해 혁명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읍시는 이번 보고회에 제시된 의견 등은 수정·보완을 통해 최종보고회 때 다시 한번 검토를 거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시는 황토현전적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이준화 기자)

-사진은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 전적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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