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의회가 2023년 행정사무 감사를 앞두고 시민 제보를 받고 있다. 시정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사항, 시민 불편 사항, 예산 낭비 사례, 기타 제도개선 및 건의 사항 등을 위주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시 현안에 대한 중점적인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사생활, 인신공격, 허위 비방, 수사 또는 감사 중인 사항, 익명 제안 등은 당연히 배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전국의 지방의회들이 행정 사무감사를 앞두고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방의원들 역시 이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정 사무감사의 역할과 기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견제와 감시라는 대명제를 실행함으로써 예산편성과 집행의 투명성, 행정행위의 위법 부당성, 업무처리의 공정성, 탁상행정의 유무 등 시정 전반에 대한 정책과 운영 실태를 파악하여 개선책 및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시민의 삶과 복지를 최대화하는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소홀히 한다면 지방자치는 아무런 의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8세기 당대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유배 생활을 통하여 내놓은 목민심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석처럼 빛나는 교훈과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 
목민관들이 지켜야 할 방대한 분량의 내용은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공직자들의 업무지침서로써 손색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다산은 백성이 곧 하늘이다 라는 출발점에서 지방관리들의 폐단을 비판하면서 아울러 백성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모두가 잘살기 위해 목민관이 갖춰야 할 덕목을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지방관들이 백성에게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냉정한 질타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봉공(奉公)과 봉민(奉民)이 공직자들의 최대 덕목이자 실천 목표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우리 지역의 갑오농민전쟁 또한 지방관리와 토호 세력들이 다산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공직자로서 봉공과 봉민을 소홀히 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채우다가 결국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 결과임을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읍은 이러한 역사적 대사건의 본거지이고 교훈의 현장이다. 역사의 준엄한 가르침을 잊지 않고 우리의 자긍심을 오늘의 새로운 교훈으로 승화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정읍시청과 의회는 어느 지방정부와는 다르게 모든 행정과 업무처리가 시민을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의 향상, 복지 증대를 위해 제반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투명하고 균형있게 이루어지는지 일상적 감시와 견제가 뒤따라야 한다.
 사족이지만 갑오농민전쟁과 관련하여 기념관이나 추모사업회의 운영이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다툼이나 그 의의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과 노력 또한 중요하지만 지방정부와 의회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불과 130여년 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발생 원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각각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신적 다짐과 각오를 재무장하여 모든 지방행정과 의회의 견제가 선행되어야 함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떨칠 수 없다. 

지방의회의 행정 사무감사가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연례 행사로 도식화되어 의례적인 의정활동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이제는 상시 감시체제로 전환하여 언제 어디서나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수렴하여 행정의 오류와 폐단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시정시켜야 한다. 
제도와 행정 관습의 변화를 수시로 점검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신속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변화는 항상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적당하게 엉거주춤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변화와 개혁은 단순히 겉으로 옷을 갈아입는 정도에 그치는 쇄신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는 동시에 그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혁신에 이르는 담대하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항상 시민들과의 가감없는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시의회가 시민들의 제안을 청취하여 행정 사무감사의 중요한 이슈로 활용하기로 함은 긍정적 측면이 높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인 의회 구성원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거나 어느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지나친 사적 접근 태도를 유지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행태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모쪼록 이번 행정 사무감사를 통하여 시정을 세세하게 살피고 시정 전반에 대한 정책과 운영 실태를 면밀하게 확인하여 문제점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고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동반되어야 한다. 
차제에 지방의회 구성원들에게 고언을 드린다. 전시행정, 탁상행정, 나태 행정, 일방행정 등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지방정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혹 지역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지방정부와 결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다산의 목민정신으로 무장되고 갑오농민전쟁의 추상같은 함성으로 준비된 우리 의회가, 어딘지 남들과는 다르지 않은가 라는 실천적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길 바란다. (정경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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