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정부수립과 함께 초보적인 미완의 형태로 출발하였으나 군사 쿠데타로 긴 동면의 시간을 보낸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 체계적인 법률을 갖추고 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란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지역 공동체의 과제 및 행정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현하는 것으로서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이 행정을 담당하고 의회가 행정을 감시 견제하여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자치 행정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과연 실현되고 있는지,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은 없는지,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일이기에 한번 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지방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재앙과도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은 채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키고 그에 따른 교육 및 의료 서비스의 공백은 지방소멸이라는 불행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 시대를 강조하고 지방분권화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메가시티 운운하며 이해집단의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수도권 집중화를 앞세우며 역주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치 세력들의 참혹한 이기주의가 지방소멸을 부채질하고 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그간의 진통을 이겨내고 올해부터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여 자율적인 정책 결정권 및 강화된 자치권을 보장받게 되었으니 그 의미가 새롭다 할 것이다. 전국에서 인구 감소가 제일 빠르게 진행되고 고용 소득 실업 등 여러 경제 지표가 항상 전국 꼴지를 차지하던 불명예와, 갈수록 피폐되어 가는 어정쩡한 도농 복합지역의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잼보리 사태 이후 중앙정부가 보여준 횡포와 무책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마치 보복성 지역 차별을 암시하는 부도덕한 현실 앞에서 삭발과 단식과 상경 시위를 통하여 그나마 시혜성 예산을 확보하였으니 가히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정부의 자율권 및 자치권을 이토록 억압하고 통제하는 중앙정부가 있는 한 우리의 지방자치는 요원할 뿐이다. 아무튼 우리 지역의 광역단체인 전북특별자치도가 본래의 목적과 의미를 잘 살려 그에 속해 있는 우리 지역도 상생하는 결과가 이루어지길 내심 기대해 본다. 

지방자치가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문제가 필연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우선 지방 행정을 이끌어 갈 단체장의 자질과 역량 그리고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과 권위 의식, 지방 토호 세력과 결탁한 사적 이익 공유, 인사권 남용으로 갈등 유발, 생색내기식 전시 행정 반복 등 눈에 훤히 보이는 뻔뻔함을 경계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 구성원의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당파적 이익에 사로잡힌 지방정부 옹호, 형식적 예산 심의로 예리한 통제 책임 방기, 행정사무 감사 결과 정책 대안 소홀로 예산 낭비 및 탁상행정 묵인 등은 지방의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초 선거 과정을 통하여 봉공 봉민의 자질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선의의 경쟁으로 선별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활성화하여 자치단체의 독점적 예산편성권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로써 새로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 청취와 수렴 과정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 및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하여 적극적인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고 그 근거가 되는 조례 등을 개정하여 운영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며 사업 목적, 사업자 선정, 예산 편성 등 제반 요소들을 가감없이 주민들과 공유해야 한다.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단풍의 명소 내장산이라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는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로서 근대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랄 수 있는 독보적인 민중 운동의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생산 기반의 열악한 생태계는 경제적 고립을 가속화하고 출산율 저하와 맞물린 급속한 인구 감소는 지역 소멸이라는 슬픈 현실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의 자치단체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과연 어떤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이젠 주민과 함께 운명 공동체로서 책임과 역할을 같이 해야 한다. 그간 자치단체가 보여준 불합리한 행태들은 이러한 당위적 필연이 무색할 만큼 비생산적이고 독선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자치단체의 공적 영역도 기업 경영의 성공 마인드를 도입하여 유능한 경영자로 하여금 재정, 인구, 교육, 의료 등 지방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를 이익적 측면에서 우선시 하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본보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경찰서 이전 부지의 유스호스텔 건립과 관광자원의 연계, 여타 시유지에 대한 개발 사업의 졸속 추진 지양, 현재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단풍나무 심기 운동의 범시민적 참여 지원 등은 자치단체가 주목해야 할 향후 과제들이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은 이제 우리 스스로 강구해야 한다. 새해가 시작되는 희망으로 우리 자치단체 구성원들의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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