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본보 이사 겸 논설위원
정경영 칼럼 본보 이사 겸 논설위원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정책 중 긴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사업은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것과 인재를 키워 국가 경쟁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단연 으뜸이다. 백년지대계의 핵심 가치는 국가든 개인이든 소홀히 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의 외형이 채 백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글로벌 수준에 닿아 있는 것도 미래를 준비했던 가치와 무관하지 않다. 국토의 4/3이 산지이고 식민시대와 전쟁을 거치면서 산림의 5%만이 남아있는 황폐를 지금의 울창하고 푸르른 숲으로 변모시킨 정책은 50년 넘게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산림 녹화사업 덕분이다. 흡사 달의 표면같은 산림을 이토록 살아있는 모습으로 바꿔놓은 우리의 저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후 사회 변화에 따른 산림에 대한 인식은 경제, 복지, 생태 등을 아우르는 산림 경제적 측면에서 가뭄과 홍수를 극복하고 탄소 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적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정읍시는 산림의 경제적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 기반 구축을 위한 조림사업을 공표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계속되어 온 사업으로 매년 예산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양질의 목재 생산과 공급을 위한 경제수종 조림이 주를 이루고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해 방지를 위한 조림과 양봉 농가를 위한 밀원 조림 및 내장산 휴양림과 연계한 경관 조림 등을 중점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조림 수종으로 편백, 백합나무, 낙엽송, 상수리, 쉬나무, 아카시아를 심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지역의 대표적이고 상징적 관광자원인 단풍나무는 왜 빠져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단풍나무는 조경수로서 이 사업의 목적인 산림 경제적 측면의 식수 대상 수종이 아니라는 배제 이유를 들이대는 정읍시의 태도는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정책 목표만을 고집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목적을 무시하는 지방 행정의 나태함은 한없이 궁색하고 초라하다. 가을 한철 내장산 주변의 단풍만을 상품화하여 관광자원을 축소하는 것은 지역의 상징성을 대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지역 전체가 미래의 단풍 도시로써 명성을 유지하려면 모든 공공기관, 공공장소, 도로는 물론 각 가정마다 단풍나무심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내친김에 한마디 더 보태지 않을 수 없다. 명불허전 단풍의 고장이라면서 정읍시 청사 앞마당에 위풍당당 기세를 뽐내며 서 있는 소나무를 볼 때마다 우리가 진정 단풍을 사랑하는지, 단풍을 내세우며 전국적인 관광도시임을 상징화하고 있는 것인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앞을 지나치는 구성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말이 앞서가는 현실에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당장이라도 소나무를 걷어낸 자리에 명품 단풍나무를 앉히는 것은 불가능할까.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감동이 전해지고 그 감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오래된 교훈이 필요한 때이다.

본보는 매주 금쪽같은 지면을 할애하여 단풍나무심기 운동을 널리 알리고 범시민적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뜻있는 분들의 동참으로 보람있는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시민들 전체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는 부분적인 한계가 있음이 현실이다. 민간 차원의 이 운동을 이젠 민·관이 협력하여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범시민운동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한다. 다행스럽게 지난해 정읍시 의회는 도시 숲 조성 및 건축 허가시 단풍나무 식재 비율을 50% 이상 유지토록 하는 관련 조례를 개정함으로써 단풍나무심기 운동에 대한 법적인 초석을 마련한 사실이 있다. 이번 조림사업이 비록 지속적인 산림자원의 육성을 통한 자연환경 보전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큰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지역의 특성을 되살리기 위한 단풍나무에도 그에 버금가는 무게가 실려야 한다. 지역 고립과 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단풍나무심기 운동이 민·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으로 그 뿌리가 깊고 튼튼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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